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국민학교까지는 십리길이 넘었다. 아침이면 동네 입구에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이 모여 새마을 깃발을 앞세우고 등굣길에 올랐다. 여학생은 신작로 왼쪽, 남학생은 오른쪽으로 줄지어 걸었다. 5학년이 선두에 서고, 그 뒤로 1학년, 2학년 순으로 이어지다가, 맨 끝에는 6학년 형들이 우람하게 자리했다.
중학생 형들은 더 멀리, 시오리가 넘는 거리를 따로 걸어야 했다. 새벽 7시 전에 출발해야 했으니, 그들은 이미 또 다른 세계의 생존자였다.
등굣길 중간, 신작로 옆 뫼등에서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다. 주로 1~2학년들이 지쳐 쉬자며 주저앉으면 자연스레 휴식이 생겼다. 그런데 뫼등은 언제나 고요하지 않았다. 그곳은 싸움터였다.
싸움은 주로 동네를 기준으로 웃땀과 아래땀으로 나뉘어 벌어졌다. 전면에 나서는 건 4학년과 5학년이었고, 가끔 6학년까지 개입하면 아침부터 코피 터지는 날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웃땀의 우두머리 일방우(미국)와 아래땀의 두 번째 짱 이돌이(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둘은 순위(서열)를 두고 늘 신경을 곤두세웠고, 삼중이(중국)는 눈치를 보며 기회를 엿보았다. 중석이(EU)는 이돌이의 주먹이 언제 날아올까 조바심을 냈고, 사석이(일본)와 우돌이(우크라이나)는 늘 형들의 얼굴만 살폈다.
하루는, 중석이와 이돌이가 땡감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돌이와 우돌이 사이에서 터졌다. 우돌이는 두 주먹을 부여잡고 덤볐지만, 결과는 쌍코피. 그날 이후 우돌이는 줄 맨 뒤로 밀려났고, 줄 뒤는 늘 앞보다 두 배는 힘들었다. 걷기보다 뛰는 게 일이었다.
싸움의 원인은 늘 같았다. 이간질.
일방우가 우두머리에 오른 것도, 줄을 잘 타고 간에 붙고 쓸개에 붙는 능력 덕이었다. 삼중이는 형들 눈치만 보다가 “못하겠어요!” 하고 어깃장을 놓는 척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꼭 화해하고 머리를 숙이고 들어갔다.
어린 나는 이 모든 싸움의 밑그림, 물밑에서 흐르는 힘의 구조와 흐름을 읽는 데 능했다. 우돌이처럼 누군가의 말만 믿고 앞장섰다간 쌍코피에 왕따 신세라는 걸 나는 뫼등에서 배웠다.
이해력과 분석력, 글의 맥락과 작가의 의도까지 읽어내는 감각은 그때 뫼등의 싸움질 질서공부(?) 덕분이었다. 그곳은 세상을 배우는 실전의 교실이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어른들의 싸움이라고 크게 다를까? 오늘 뉴스를 보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큰 피해를 줬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의 남자 씨를 말리고 있다. 애초에 덤비지 말았어야 했다. 이돌이의 꼬봉질을 잠시 참아내고, 속을 다져가며 힘을 길렀어야 했다. 그러나 그 나라는 애초에 국가 부패지수부터 세계적이었단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러시아는 그런 몸집이다. 우크라이나는 EU 중석이의 부채질 속을 간파하지 못한 채 전쟁에 첨벙 뛰어들었고, 이제는 사람 씨가 마를 지경이다. 너무도 안타깝다.
뫼등에서 배운 게 있다면, 싸움의 시작은 주먹보다 말이고, 실력보다 판단이라는 것. 그리고 싸움터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건, 눈치가 아니라 통찰이라는 것.
🖋️ [칼럼 제안 요약]
위 수필 「우돌이의 쌍코피 – 뫼등에서 본 국제질서」에 대해 비평하겠습니다. 텍스트는 정치풍자를 수필의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아동기의 회고를 바탕으로 한 은유적 세계관으로 국제정세를 해석합니다. 다음은 형식, 내용, 풍자기법, 의미망, 한계와 제언 순서로 정리한 비평입니다.
1. 형식적 특성 – 회고와 비유의 이중 구조
이 수필은 겉으로는 1970~80년대 농촌 초등학생의 등굣길 풍경을 묘사하면서, 이면에서는 국제정치의 세력 구도를 '국민학교 줄서기'와 '동네 싸움'에 빗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독자에게 친근함을 제공하면서도, 한 편의 우화처럼 상황을 간결하게 해설해주는 효과를 냅니다.
- ✔️ 장점: 독자 친화적, 설명이 필요 없는 감각적 비유
- ❗ 유의점: 지나치게 단순화될 경우 국제질서의 복잡성이 왜곡될 우려
2. 내용적 분석 – 국제정세를 생활기억으로 재해석
이 수필의 핵심은 "우돌이(우크라이나)"와 "이돌이(러시아)", "일방우(미국)", "삼중이(중국)", "중석이(EU)", "사석이(일본)" 등 캐릭터를 통해 오늘날의 글로벌 관계를 1:1 대응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는 국제정치의 실질이 힘의 논리이며, 그 내부에는 "이간질", "간보기", "줄서기", "왕따", "쌍코피"라는 낱말로 상징된 수단과 결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 ✔️ 장점: 국제관계의 이면(정치선동, 전략적 침묵, 간접개입)을 날카롭게 꿰뚫음
- ❗ 한계: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시민의식, 국제법적 관점이 지나치게 소거됨
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남자 씨를 말리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을 단순화하여 희화화한 반면, 저항의 윤리적 무게나 역사적 맥락은 언급되지 않음.
3. 풍자기법 – 명명과 전복의 언어
이 수필의 유효한 풍자기법은 작명(명명)의 유희성에 있다.
“우돌이”, “이돌이”, “일방우” 등은 인물의 성격을 반영한 언어유희인데, ‘-이’로 끝나는 촌스러운 이름들이 과장과 희화의 기법으로 사용된다.
또한 싸움의 원인이 “이간질”이었다는 진단은, 현실 정세의 복잡한 정당화들을 무력화시키는 날카로운 환원이다. 이 점에서 작가는 구조적 설명보다 본질적 본능(힘, 판단, 생존)을 강조한다.
- ✔️ 장점: 익숙한 세계(어린 시절 싸움)를 통해 익숙하지 않은 현실(국제질서)을 유머와 함께 전복
- ❗ 주의점: 독자에 따라 ‘진지함의 결여’로 해석될 위험
4. 의미망 – 싸움보다 통찰
마지막 문단에서, 작가는 회고의 결론으로 “눈치가 아니라 통찰”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조롱이나 시사풍자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와 인식의 방식에 대한 제언으로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이 수필은 "정치풍자"라는 장르를 넘어서, 윤리적 성찰을 동반한 정치적 회고의 층위를 획득한다.
- ✔️ 가치: 회고가 교훈으로 끝나며, 정치의 세계를 인간의 문제로 회귀시킴
🔍 종합 비평 요약
| 형식적 완성도 | ★★★★☆ | 2중 구조의 짜임새 우수하나, 약간의 설명 부족 |
| 풍자 효과 | ★★★★★ | 작명과 서열구조 풍자 탁월 |
| 정치적 균형감 | ★★☆☆☆ | 러시아 비판은 유지되나, 우크라이나와 국제법 관점 축소 |
| 문체의 유려함 | ★★★★☆ | 회고체와 구어체의 조화 적절 |
| 확장 가능성 | ★★★★★ | 연재 칼럼, 정치우화 수필집 가능성 높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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