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무등산 원고 1)

2025년 4월 5일
엑셀 파일 위에 캡처된 그림이 붙어 있는 도서 목록을 보고 있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이 장면은 나를 1993년 12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로 데려갔다.
당시 나는 정부 파견으로 근무 중이었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엘라비치 앞바다의 무인도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잭슨공항 농산물 검역소 직원이라는 현지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마흔 안팎의 곱슬머리 남자였다. 농업목축부 정책기획실 소속이라 했다.
뒤이어 내 슈퍼바이저가 들어왔다.
“내년도 예산 파일에 문제가 생겼어. 큰일이야. 도와줄 수 있어?”
💾 LOTUS 시대, 셀 하나의 생명력
나는 일단 전국 공항·항만 검역소에서 모인 10개 이상의 LOTUS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 분석에 들어갔다. 첫 페이지에서 오류가 나는 셀을 추적하고 연결된 파일 경로를 확인한 결과, 문제는 의외로 단순했다. 수식이 들어가야 할 셀에 공백 문자 하나로 인해 공식이 지워졌던 것.
그 시절은 아직 엑셀이 등장하기 전. 데이터베이스의 기본은 셀의 속성 이해였다. 문자 셀인지 숫자 셀인지, 수식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데이터 신뢰성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몇 달간 독학으로 익힌 필드 분석 경험 덕분에 이 오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수식이 지워진 셀의 좌우, 위아래를 비교해가며 누락된 공식을 복원했고, 총액 계산 오류가 말끔히 사라졌다. 초조해하던 담당자는 나를 '컴퓨터 도사'라 부르며 크게 감탄했다.
🛃 압류 창고에서 라면을 논하다
며칠 뒤, 그는 공항 내 자신의 사무실로 나를 초대했다. 우리는 곧장 공항 압류 물품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는 각종 통관금지 물품들이 쌓여 있었고, 그중 내 눈에 띈 것은 박스째 쌓여 있는 한국산 ‘쇠고기 라면’이었다.
해외에서 만난 한국 라면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았다. 알고 보니 한국의 친구가 성경 번역 선교사에게 보낸 선물이 반입금지로 압류된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수프 봉지에 ‘쇠고기 스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 나는 "이건 라면이지, 쇠고기가 아니다"라고 항변했고, 그는 망설였다.
그는 나의 손바닥에 풀어놓은 스프 가루 맛을 봤다. 칠리소스와 비슷한 맛이었다. 결국 그는 라면을 반출해 선교사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후, 그는 ‘남성 건강에 좋다’며 꿀에 인삼을 재운 중국산 앰플 드링크를 내 숙소로 가져왔다.
📋 도서목록 엑셀시트에 그림 파일, 의도된 장벽
2025년 1월, 도서 구입 목록 엑셀 파일을 열었을 때였다. 입력 셀을 통합한 후 화면을 캡처해 그림으로 붙여 놓은, 비정상적인 시트가 나타났다. 수량, 금액 계산은 불가능했고, 나는 수의계약 견적서 작성을 포기해야 했다. 100% 다시 입력해야 했다. 미션스쿨 사립 중고등학교는 해마다 비슷한 장난질(?)을 했다.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었다. PDF 파일로 물품 목록을 받기도 했고, 수의계약 홈페이지에 이런 파일이 올라온 적도 있다. 단순한 실수라 생각했지만, 학교앞 서점에서는 그 평과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순진한 생각으로 엑셀에 익숙하지 않아 및 비니니스 마인드 부족한 것이라 믿었다. 특정 업체만 엑셀 원본 파일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사람은 “견적 못하게 하려는 의도적 장벽”이라 말하기도 했다.
🔎 데이터는 정직해야 한다
나는 종이에 출력된 파일을 보고 엑셀에 다시 입력해 본 적도 있다. ISO, API, ASME 규정을 동시에 만족하는 영문 발주서 양식을 직접 만든 경험도 있다. 도서의 ISBN은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나는 도서를 주문하면서 다시 파악한 ISBN 셀을 추가한 파일을 다음단계 일을 하는 업체에 메일로 보낸다. 나의 일은 내 앞 사람의 일을 받아 나의 일을 한 다음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는 연결 사다리 같기 때문에 나는 다음 사람을 위하여 내가 보탠 정보를 엑셀파일과 pdf파일을 동시에 보낼 때가 종종 있다.
오늘 아침에도, 정가 없이 ‘수량 × 합계’만 있는 시트를 받아 다시 ‘수량 × 정가 = 합계’ 필드를 만들어 견적서를 작성했다. 문득, 옛날 그 검역관이 떠올랐다. 나를 찾아와 셀 공식을 물어보던, 그 진지했던 표정 말이다.
💡 관리자는 엑셀 숙련과 마음자세를 바로해야 한다
사실 나는 컴퓨터 도사도 법사도 아니다. 엑셀 실무서를 50번 넘게 반복해서 읽었고, 그걸 실무에 적용하고 부딪치며 체득해온 것뿐이다. 관리직이라면, 이런 기본적인 파일 구성과 수식, 데이터 흐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파일을 정직하게, 투명하게 작성하는 마음가짐. 그것이야말로 모든 행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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