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등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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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지리산>

몽당소설 :십무검, 남의 고추를 탐하다(천공도사 제7계명) by 두렁

두렁 2025. 3. 1. 09:15

 

 

어머, 고추가 실하게 달렸네요!”

 

고추나무를 본, 첫 아이가 수완고 1학년 학생의 어머니가 책방을 들어서며 하는 말에 내가 10계명(?)을 들먹이며 웃었다.

 

남의 고추를 탐하시면 안 됩니다~.”

 

오는 10월이면 키운 지 3년 차에 들어서는 고추나무다. 올해만 두 번째 열린 고추는 작년 가을 첫 번째로 열렸던 고추보다 크기가 작고 수량도 적게 열렸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맞듯, 아마 곧 열리게 될 네 번째는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만큼 매운 고추가 열릴 것이다. 요즘 핫한 천공도사의 예언이 아니라, 나의 경험에 비추어 예측할 수 있다.

 

고추가 여러 해 동안 하얀 꽃을 피운다는 나의 말에, “에이, 여러해살이라고요?” 하고 되묻는다. 아마도 자신의 상식에 엉겨 붙는 한 그루의 고추나무를 처음 보는 사람의 도리도리를 나는 조금 이해한다.

 

내가 소설 노인과 바다(헤밍웨이)를 올해만 서너 번 읽는 이유는 지금의 이 동네책방을 몇 년 더 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요즘은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The old man was dreaming about the lions.)”를 아침에 책방 문을 열 때, 혹은 저녁에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핸드폰에 위성 길 찾기 지도가 없던 시절, 나는 군인으로 지도와 나침의로 공격 소대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물론 가상의 북 기습남침에 남한강을 건너 후퇴할 때도 통신장비와 함께 지도와 나침의도 소총만큼이나 소중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책방 길 안내를 나침의나 핸드폰의 지도 내비게이션이 아닌, 산티아고 늙은 어부의 고기잡이 이야기가 한다. 동네책방이 가는 길을 안내하고 걷는 방법뿐만 아니라, 심지어 용기와 희망까지 주고 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산티아고 노인이 홀로 쉼 없이 물질하듯, 나도 망망대해 뙤약볕 아래 출렁이는 물결(?)과 사투를 벌이며 수집·분석한 공개 공공계약 빅데이터를 들이댄다.

 

상어 떼의 공격에 기진맥진한 산티아고 노인은 바다에 침을 뱉으며 말한다.

 

이거나 처먹어라, 이 갈보 놈아.”

 

상어가 저토록 잘 생기고 멋진 꼬리를 달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라고 구경꾼이 해안 모래밭에 널브러진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큰 고기의 등뼈를 보고 내뱄듯이 어머, 여기 책방이 있네요.”

 

라는 인사에 나도 , 안녕하세요.”라며 웃는다. ‘지역인증 서점이란 신조어가 나온 배경, 그 환경·문화가 웃프다.

 

그렇다. 학생이 문학작품을 읽고 시험을 보는 궁극의 목적은, 장차 어른이 되어 마주할 세상 부문에서 부분 또는 전체가 하나의 기승전결로 돌아가는 체계(시스템) 분석을 통한 신속한 핵심 주제파악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실전을 앞두고 책으로 하는 예행연습 리허설이 아닌가. 이야기 속 (숨은) 주제파악을 못하면,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정치인) 말의 거짓과 참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노인과 바다 이야기의 구성과 주제파악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이 돌아가는 체계를 이해하고 뭘 해야 할지 같은 주제파악 감조차 잡지 못하면 남이 시키는 일만 엉거주춤하는 것은 필연. 병사월급 2백만 원 미끼 덥석 물고 방죽에 끌려나와 숨을 몰아쉬는 월남붕이 꼴 봐라.

 

물론 나도 젊은 날 호기심을 풀기위해 헌책방을 돌았고, 지식을 얻기 위해 밤새도록 읽었다. 또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했을 때는 소 여물질 하듯 그 글을 되뇌며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예순이 넘은 지금은 도서 시장의 현상분석과 동네책방으로서의 대응의 길을 노인과 바다 소설에서 벤치마킹, 찾고 있다.

 

소매판매와 도서관 납품 시장체계라는 기승전결의 구성과 주제가 담긴 문장의 성격 등을 읽고 헤아려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현실생활에 가져와(轉移, transfer)적용하는 연습을 독서를 통해서 한다. 삶의 노정에 전이 적용하지 못하는 수박 겉핥기식 독서, 활자를 마주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앞의 현실세계를 살피고 생각하여 행동하는 능력을 키우는 세상읽기, 독세讀世 다음으로 독서가 아닌가?

 

사실 나는 독세를 독서보다 더 좋아한다. 올해 현실세계의 용산궁 돌아가는 시스템을 읽고 쓴 이야기가 단편소설 (The Tribe of CrossShamanCutor Cult)이다. 십무검(十巫檢) 나라가 쪽팔리고 열 받아 담벼락에 대고 욕도 하고, 또 감히 만공도사 흉내로 십무검왕의 앞날까지 예언했다.

 

이 쌔끼 저 새끼는 양반 아닌가. 삶은 개 대가리 걸고 말고기 판다고, 개 새끼 말 새끼라 욕 할 수는 없잖은가. 고추나무는 남자지, 럭비공이 어디로 뛸지 모르듯 얼토당토않는 예측 불가한 검사질 마시라.

 

물에 둥둥 떠다니는 열 밑밥 속에 갈고리를 숨긴 지렁이 하나를 생각 없이 덥석 물고 숨을 몰아쉬는 월남붕어, 태극기로 눈을 가린 노인에게 책에서 길을 찾으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유튜브 동영상에 빠져 길 잃은, 자기 발등 스스로 찍는 외눈박이는 구제불능이다.

 

하나, 20대는 다르다. 살아갈 날이 창창하게 남아있다. 방죽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낚시 밑밥을 덥석 물어 속에 숨은 강철 바늘에 입이 끼어 숨을 할딱이지 않는 방법과 길이 책에 있다, 월남붕어 2찍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