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등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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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지리산>

몽당소설 <王멧돼지 잡는 도사 납시오! >by 두렁

두렁 2025. 3. 1. 13:45

 

 
학교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2021년 4월 29일 오전 8시쯤, 창원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100킬로그램이 넘어 보이는 멧돼지는 운동장을 빠르게 내달렸다. 다행히 등교 시간 전이라 학생들이 많지 않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 야생 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엽사는 멧돼지를 뒤쫓은 지 10여 분 만에 총을 쏘아 멧돼지의 질주를 멈추었다. 하지만 운동장에 그네를 타고 있던 아이가 있었다면, 미끄럼틀에서 막 내려오던 아이가 있었다면, 농구대에 공
저자
이정아
출판
초록개구리
출판일
2024.09.30

2025-1-9

 

자칭 멧돼지 포획단이 용산골 굴집에 숨은 멧돼지 잡는다고 야단법석이다. 용산골 굿당에서 작두 탄 멧돼지의 지랄발광에 너도나도 오장육부 창자가 뒤틀린 채 밤낮으로 그 멧돼지족을 일망타진 외치지만, 아직 못난 조무래기 멧돼지 한 마리 잡았다는 소문조차 없다. 백주에 들짐승 멧돼지 암수 한 쌍이 한남골에 몸을 웅크린 채 꿀꿀거려도 그 많은 사냥개 한 마리 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낮에 뫼까지 파 뒤집는 멧돼지의 사악한 만행을 뻔히 구경만 하는 듯하다.

 

참 답답하다. 이러다가, 여의도 원님 장님포수(?)가 멧돼지에게 잡혀 먹힐라. 미쳐도 단단히 미친 들짐승 멧돼지를 보통 사람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다. 멧돼지의 서식 환경뿐 아니라, 그 습성을 잘 알고 한방에 잡아야 하는데 내가 포수라는 혀끝 입술만 현란하다. 어느 시대 어디에나 정신 줄 놓은 멧돼지가 천방지축 설치기 마련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어설픈 멧돼지 사냥 풍경에 보는 이도 한 장 할 노릇이다.

 

내 친구 용이는 어렸을 때부터 산에 사는 짐승을 잘 잡았다. 환갑 넘은 지금은 동네 사람의 우환 골칫덩이 왕멧돼지 잡는 도사가 됐다. 멧돼지는 술주정뱅이가 술도가를 찾듯 밤마다 비틀거리며 다니는 고구마 밭 길목에 덧을 놓아 발목을, 또는 겨울 내내 사랑방에서 철사를 새끼줄같이 꼬아 만든 홀롱가지를 소나무에 걸어놓아 목덜미를 잡는 내가 아는 고전적 방법은 아니었다. 짐승마다 생리와 습성이 다른 만큼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방법도 제각각 다르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 수 있으나, 용이 도사 도통하듯 깨우친 멧돼지 잡는 방법은 스리슬쩍 비법을 쓴다는 천공법사와 하늘궁전의 천사를 넘어 용산골 쥴리 돈사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봐도 그 멧돼지 생포 돈사의 비법을 당장 용산골에 디비저 꿀꿀거리는 멧돼지 종자일당 퇴치극약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용아, 니는 왜 컴컴한 밤에 산으로 가노?”

 

모리는 소리 말아라. 멧돼지가 밤마다 고구마 밭에 내려와 지랄발광을 한다 아이가.”

 

그래도 그렇지. 낮에는 자고, 밤마다 산신령과 연애하듯 산골짝으로 내빼니까 하는 말이다.”

 

니 눈깔로는 멧돼지 똥구녕 구경도 못해. 산돼지 입장이 돼야 하룻밤에 암놈 수놈에 뒤따르는 새끼까지 일망타진 쪼진다 아이가.”

 

나는 그의 말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용이 꿩 잡을 요량으로 속을 파낸 메주콩 구멍에 청산가리를 넣으며 물었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기겠노?”

 

그야 농땡이만 치지 않으면 토끼 아이가.”

 

책에서 읽은 것 같았다.

 

“문디야, 물에서도 토끼가 이기겠나?”

 

용이 말을 듣고 보니 아차 싶었다.

 

여기 바다가 어딨노. 산 밖에 없다.”

 

국어는 100점 맞는 놈이 산천초목을 눈앞에 보고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눈치도 못 채니 니는 당달봉사다. 나는 멧돼지가 살아가는 생리를 역으로 되받아 치는 궁리를 낮 동안 침상에 누워 열심히밤이면 개를 앞세워 골목 밖을개가 냄새로 찾아낸 멧돼지를 쫓으면. 나는 도망치는 멧돼지 앞에 이 짐차 앞대가리 라이트 불빛으로 길을 밝히다가, 바위나 낭떠러지 앞에서 순간 불을 끄면 어떻게 되겠노. 할미성 꼭대기에서 지가 굴린 돌에 치 죽은 멍청한 돌열이 같이, 불빛을 쫓아 막무가내로 달리던 멧돼지가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하거나, 언덕에 떨어지고, 이때 덮치면 산채로도 잡을 수.”

 

과연 용이는 멧돼지 잡는 도사답게 내밀한 술책까지 알려주었다. 먼 도사나 법사가 큰길바닥에 돗자리부터 먼저 깔 듯, 또 월남붕어 낚시 원리와 같이 때와 장소와 환경을 멧돼지 생포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당이 마당에 돗자리 깔고 장구치고 춤추는 원리하고도 한 길로 통했다. 찬물도 어른 먼저 순서가 있듯, 멧돼지 사냥도 앞뒤며 위아래 좌우가 있었다. 마치 미꾸라지가 어디 있나 정찰을 하고 나면,, 먼저 논바닥 물꼬에 흘러드는 큰 물길을 돌려 막고, 또 웅덩이의 고인 물을 퍼 낸 다음에 미꾸라지를 잡는 방법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배추 절이듯 소금을 한 됫박 뿌려 미꾸라지를 손쉽게 잡는 무당병법도 있었다.

 

나는 그 여름 그가 마당 끝 집돼지 마구간에서 키우는 멧돼지를 봤다. 멧돼지는 집돼지 보다 살짝 검붉은 털이 억세 보였다. 주둥아리가 뾰족이 나왔었다. 들쥐나 여우 두상이 부풀어 오른 듯했다.. 주둥이가 곰삭은 물을 빠는데 안정맞춤 같아 보였다.. 동네 고구마 밭을 얼마나 헤집고 다녔는지 입술이 뭉개졌고 삐뚤어져 있었다. 멧돼지 고기는 질겨 맛이 형편없다고 했다. 잡식성 살아있는 멧돼지를 약으로 쓰려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했다.

 

살아있는 멧돼지를 누가 무슨 약으로 쓴대?”

 

멧돼지를 산 채로 잡는 방법을 터득한 용이는 무슨 약용인지 끝내 알려주지 않았지만, 말술 처먹고 지랄발광 굿춤 추는 용산골 멧돼지도 길거리 약에 쓸 수 있을 듯하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돌보 듯 말이다.

 

십무검왕족 十巫檢王族 Cross+Shaman+Cutor Cult 멧돼지 무리의 기승전결, 생로병사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 왕또라이 선무당 멧돼지가 지랄발광으로

성한 사람 여럿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