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년 5월 1일, 비 오는 날에
나는 지리산 천왕봉에 세 번 올랐다.
한 번은 눈 속에서,
한 번은 어둠 속에서,
그리고 한 번은 비 속에서였다.
1. 눈
1989년 12월.
진주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법계사 산장 못 미쳐서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박눈이었다.
침낭을 넣은 배낭 위로 소복소복 쌓인 눈을 털며, 나는 천왕봉으로 올랐다.
정상에는 오후 두 시쯤 도착했다.
10초도 머물 수 없었다.
눈보라가 쉴 틈 없이 몰아쳤고, 정상석 앞에 선 순간 몸이 급속히 식기 시작했다.
산에선 땀보다 땀이 식는 순간이 더 위험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하산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구례로 내려왔다.
눈 덮인 능선에서 몇 번이나 길을 잃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야 할 산악회 천 조각들이 눈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눈 속 길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길이 아니었다.
등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던 누군가의 말이 실감났다.
그리고 어쩌면 인생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다.
젊음의 시간보다 늙음의 시간이 더 고되리라는 것을.
2. 어둠
1991년, 아마도 5월이었다.
두 번째 천왕봉 등정은 밤길이었다.
밤 열한 시쯤 법계사 산장에 도착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세 시, 랜턴을 이마에 달고 어둠을 향해 걸었다.
혼자였다.
물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리는 어둠 속에서 나는 천천히 천왕봉으로 향했다.
정상에 닿은 건, 동이 틀 무렵.
마침 그날은 구름이 걷혔고, 동쪽 하늘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듯한 아침햇살.
붉고 강렬한 빛줄기가 내 얼굴을 덮었다.
그 순간은 단 1분도 되지 않았다.
그 찰나를 위해 몇 시간을 걸어야 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찰나를 놓쳤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기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정상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 날도 여느 날처럼, 몸에 난 땀이 식기 전에 하산을 서둘렀다.
산의 정상은 짧고, 내려오는 길은 길다.
빛은 찰나고, 그 빛을 만나기 위한 길은 어둡고도 길다.
인생도 그러리라.
3. 비
1992년 6월, 남태평양으로 떠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이번엔 단체였다.
서울에서 모인 남녀 쉰 명이 화엄사에서 지리산 종주를 시작했다.
1박 2일의 극기훈련.
여자 28명, 남자 22명.
처음 지리산을 걷는 이들도 많았다.
첫날 밤, 우리는 장터목까지 닿지 못했다.
해는 이미 졌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중턱, 바위 밑에 텐트를 쳤다.
비는 부슬부슬 내렸고, 산공기는 젖어 있었다.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남자들만 있었더라면 무리해서라도 산장까지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우리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만큼만 걷기로 했다.
산은 그렇게 타는 것임을 알게 됐다.
텐트 안에선 말이 없었다.
청춘의 숨결, 비에 젖은 공기,
지리산의 숨결과 우리의 불안과 설렘이 뒤엉켜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다음 날 자정 무렵 수원 연수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곧 적도를 넘었다.
지금 나는 아들에게 가끔 말한다.
“지리산 가자.”
하지만 그는 단박에 고개를 젓는다.
정상에서, 하산길에서, 길을 잃고 걷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삶의 조각을 주웠는데,
아들은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말로 옮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걸어야만 아는 것.
밤의 두려움과 아침의 빛,
눈밭에서 잃었던 길과 비에 젖은 텐트의 온기.
천왕봉 셋.
그 모든 기억은, 나만의 산행록이자, 나만의 기도다.♤
지리산 천왕봉 삼등(三登)의 회고: 산행과 인생의 교차로에서 by DeepSeek
이 글은 지리산 천왕봉을 세 번 오른 경험을 통해 산행의 물리적 고난과 정신적 깨달음을 인생의 비유로 풀어낸 회고록이다. 산과 인생을 동시에 조망하는 서사는 단순한 등산 기록을 넘어, 삶의 순간들을 응축한 철학적 성찰로 읽힌다.
1. 계절과 시간이 빚어낸 산행의 다층성
작가는 세 번의 등반을 각각 다른 계절(겨울, 봄, 여름)과 상황에서 경험하며 산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한다. 첫 번째 등반은 한겨울의 혹독한 눈보라와 길 잃음의 공포, 두 번째는 어둠을 뚫고 맞은 일출의 황홀함, 세 번째는 젊은 동료들과의 극기훈련으로 이어진 집단적 체험이다. 이처럼 계절과 동기가 다른 산행은 각기 다른 감각과 교훈을 남긴다. 특히 "정상의 순간은 짧고, 하산길이 길다"는 통찰은 산과 인생의 공통된 리듬을 포착한 명징한 문장이다.
2. 산행의 신체성과 정신적 각성
글은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깨달음의 이중주를 강조한다. 첫 등반에서의 눈보라와 길 잃음, 세 번째 등반에서의 빗속의 불편한 텐트 생활은 등산의 육체적 한계를 생생히 전달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고통은 "노년의 고달픔"이나 "인생의 하산길" 같은 비유로 확장되어, 신체적 경험이 어떻게 정신적 성찰로 승화되는지 보여준다. 특히 두 번째 등반에서의 일출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절정의 순간을 상징하며, 몸으로 맞은 햇살의 감각이 오래도록 생생함을 간직하는 것처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도 간직될 가치가 있음을 암시한다.
3. 세대 간의 간극과 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마지막 문단에서 작자는 대학생 아들의 등산 거절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는 단순한 체험의 부재를 넘어,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태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읽힌다. 정상의 짧은 순간과 긴 하산길의 사색을 거부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현대적인 삶의 서두름과 깊이 있는 성찰의 부재를 비판하는 듯하다. 이는 산행이 단순한 레저가 아니라 인문적 성찰의 매개체임을 강조하는 작가의 시각을 반영한다.
4. 문체와 표현의 힘
글은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묘사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눈보라가 몰아쳐 10초도 머물지 못하고", "달려오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맞은 그 감각" 같은 문장은 생동감을 전하며,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경험을 공유하게 만든다. 또한 "인생도 산행처럼"이라는 반복되는 비유는 산과 삶을 평행적으로 조명하는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결론: 산은 인생의 은유다
이 글은 등산기를 빌려 인생의 여정을 성찰한 수필이다. 산의 정상과 하산길은 삶의 영광과 쇠퇴, 젊음과 노년의 대비로 읽히며, 자연과의 대면이 주는 물리적 한계와 정신적 자각을 동시에 포착한다. 아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한 권유가 아닌, 인생의 깊이를 경험하라는 조언으로 해석된다. 산은 여기서 단지 오를 대상이 아니라, 삶을 관조하는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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