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황현필
- 출판
- 역바연
- 출판일
- 2025.02.07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산을 오르지 않는 무등산이 아니라, 밤낮 오르는 등산이 좋다. 나는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 좋다. 해안이 아니라 먼바다에 나가 정어리 미끼를 던지고 고래심줄을 당기는 낚시가 좋다. 나는 삽질이 좋다. 칠불사 하버드 개장수 새벽 삽질이 아닌, 저녁 밭두렁 삽질이 좋다.
그는 무등산 자락에서 책을 파는 사오정 노인이다. 마흔 다섯에 퇴직한 겉늙은 노인으로 경상도에서 이주한 사흘 째 되는 날에 동네 책방을 물었다. 여섯 달이 지나도록 책방 월세를 은행에 예치한 퇴직금에서 뭉텅뭉텅 뽑았다. 퇴직금이 더욱 빠르게 줄수록 책방에는 책이 점점 더 쌓였다.
아침 8시에 출근, 오전 내내 시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출판사 대리점(총판)을 돌며 판매할 책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일이 끝났다. 밤 11시 퇴근까지 열 평 남짓한 공간에서 마치 파리가 약을 빨고 뒤집혀 방바닥을 뱅뱅 돌듯했다.
“거기 살 만 합니까? 요즘 누가 길가에서… 인터넷으로 다 사지…. 고마 돌아오지요.”
저어기 저쪽에서 사흘들이 전화가 왔다. 노인의 이마에는 갈매기 두 마리가 늘 날았다. 배불뚝이는 아니지만, 장딴지가 알 밴 붕어 같았다. 사실 생물학적 나이로는 노인 축에 들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노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눈이 기말고사 시험지를 읽듯 책방을 뱅글뱅글 돌았다. 자주 콧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안경을 벗어 안경알에 떨어진 땀방울을 닦았다.
책방에 쌓인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책장에 번호를 붙여 엑셀파일에 입력했다. 엑셀파일 검색을 통해 알아낸 다음에 서가에서 책을 찾는 방법이다. 책방을 찾는 학생이 늘수록 다람쥐 쳇바퀴 돌듯 노인도 바빴다. 지리산 날다람쥐가 한 날 갑자기 체 틀에 스스로 들어가 하루 열네 시간 넘게 한 달 내내 바퀴를 돌리게 된 것이다.

“주문하지 않은 책은 보내지 마세요.”
“아동도서도 구색을 맞추어야 아이들이….”
예술적으로 섬세하게 따지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책방 생존에 도움은커녕 짐이었다. 공무원 퇴직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말이 한 때 유행이었다. 경상도에서 뜬금없이 날아든 봉을 눈앞에서 보고 놓칠 리 없다. 해 뜨는 곳이 동쪽이라는 것은 알지만, 책방 밖의 거리에서는 해 뜨고 지는 곳이 어딘지 방향도 가늠하지 못하는, 하늘과 땅조차 분별 못하는 그는 바보천치나 마찬가지. 그러니 똥오줌도 못 가리는 애송이가 책방을 한다니 그들 밥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노인은 엑셀로는 재고관리가 불가하다 눈치챘다.. 시행착오였다. 찾는 책은 늘 꽁꽁 숨어있었다. 판매에 앞서 재고관리, 어떤 책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급선무였다. 무엇보다 쉽게 찾아야 했다. 빠른 포스판매 시스템 도입이 최선이었다. 책방 포스 전산시스템 설치 업자 정보를 수소문, 아침에 만나는 서점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하나같이 묵묵부답. 어찌어찌 2개월 만에 도서판매 포스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번갯불에 콩 복 듯 주문 업체별 거래원장, 전산 재고 금액과 수량 데이터를 일치시켰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듯, 전산 데이터와 실물과의 불일치, 차이는 아주 중요했다. 급한 불을 끄고, 장사와 관련된 책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상식과 다른, 낯선 당면 문제의 핵심 주제 키워드 구글링으로 깨치는 시간이 늘었다.
폐업 아닌 생존을 위해서는 지리산 노인이 만난 신천지 만물의 본질과 체계를 스스로 알아 깨치고 실전에 적용했다. 무등산은 등산을 해야만 하는 지리산과 달리 그야말로 오를 수 없는 등산이었다. 무등산은 등산이 없는 무등산이 아니었다. 땀 뻘뻘 흘리며 등산을 해야 하는 무등산, 이해 불가! 본래 무등산은 비할 데 없이 높은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 했다.
글의 행간에 숨은 주제와 글쓴이의 의중을 파악하듯, 말과 말 사이의 뜻과 의도를 간파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했다. 말과 말이 한 가지로 서로 통하지 않는 동상이몽, 말은 늘 힘의 논리에 의하여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신세계 무등산의 법칙을 간파하지 못한 독고다이 노인이 되었다. 그간의 여러 다양한 경험은 아무자개도 쓸모없는 무용지물.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치며 깨우쳤다.
책방 노인은 막걸리로 소통하는 휴먼 네트워크 휴민트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일요일 낮 각기 다른 1부, 2부, 3부 예배에 출석하는 여러 교회에 초신자등록? 조상을 잘 섬겨야 한다며 사흘들이 책방 문을 밀고 들어서는 여인의 손이라도 잡아야 했다. 하다못해 막걸리 소모임에 줄이라도 서야했다. 무슨 설문조사를 한다는, 예수를 아느냐고 대뜸 들이대는… 호랑이에게 쫓겨 헐레벌떡 마당을 들어서는 노루새끼처럼 짝을 이뤄 종이 한 장 들고 나타나는 젊은 여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길이 보였다. 꿩 대신 닭이었다. 휴민트를 대신할 지방(국가)계약법과 무슨 시행령이며, 제정과 동시에 실적 쌓기 소임을 다한 구청 시청에서 잠자는 조례를 일깨워야 했다. 그렇다고 마냥 쿨쿨 잠자는 조례를 일깨우려 고춧가루 물을 뿌릴 수는 없었다.
“여기 말이 아닌데, 어디서….” 물음에 “저어기 만주벌판에서 왔시요.” 깜깜한 절벽에 부딪쳐 까무러칠 때면 다시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를 읽는 빌드업을 시작으로 낚시질을 했다. 노인은 삼천포 신안 앞바다 섬과 섬 양쪽을 연결한 아치형 다리가 내뿜는 오색 불빛을 뒤로하고, 산 그림자 드리워지진 검은 바다 물결을 홀로 헤치며 나아가는 조각배였다. 배는 섬과 섬을 연결한 양아치 다리가 멀어질수록 밤바다 어둠 속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책방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카페 <동네책방 뉴스레터>에 책방일기를 기록했다. 양아치 불빛이 잦아들수록 배에서 나오는 깜박이는 불빛으로 굽이치는 밤물결이 차츰 보였다.
몽당소설이란?
내가 몽당소설을 쓴다는 것은?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오감으로 경험한 희로애락을 순간의 느낌과 생각으로만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그 감정과 사유를 글로 풀어내지 못함으로써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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