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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기

아무끼나 – 전라도에서 찾는 경상도 음식(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두렁 2025. 7. 6. 09:09

요즘도 아내와 종종 다툰다.

“머 드실래요?”
“아무끼나!”

배가 고파 빨리 밥을 먹고 싶을 때, 이런 대화는 금세 언쟁으로 번진다.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왔거나, 서둘러 허기를 달래고 다시 나가야 할 때, 메뉴 고르느라 시간을 끄는 게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식당 주인이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괜찮고… 뭘 드시겠습니까?” 하며 세월아 네월아 할 때면, 결국 이렇게 외친다.

“아무끼나 빨리 주이소!”

하지만 이 "아무끼나"는
**‘대충 아무거나 주세요’**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아무끼나"는
**‘빨리 나오고 양 많은 음식’**이다.


이런 “아무끼나” 갈등은 단순한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나는 이것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생활문화 차이,
직설화법간접화법의 충돌이라고 본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배운 문화충격

1993년,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살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나 역시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종종 당황하곤 했다.

에덴의 코카콜라

야자수 그늘 아래 맨몸으로 살아간다
미개의 원시인이라 말하는 도시의 뱀
참으로 현대문명을 먹지 말라 하더냐.

아담과 하와가 코카콜라 마시던 날
에덴의 뉴기니섬은 엉겅퀴 가시덤불
아담은 총을 쏘며 거리거리 헤매네.

800여 부족이 서로 다른 언어와 피부색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 섬에서, 나는 문명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오히려 내 인식이 뒤틀려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낯선 섬에서, 정글 트래킹을 하고 무인도 바다에서 수영하며, 때로는 ‘에덴’ 같은 여유도 누렸다.


한국에도 부족이 있다면

가끔은 생각한다.
한국에도 부족이 있다면, 나는 ‘하일랜드 불도저족’,
아내는 ‘들판의 만만디족’이 아닐까.

말은 같고 피부색도 같은데,
경상도의 직진 화법과 전라도의 돌려 말하기는
때로는 서로 다른 부족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이념이나 개성보다 지역의 문화 차이가 더 분명하게 일상 속에서 드러난다.
그게 참 재미있다.


오늘도 “아무끼나!”

요즘은 “그 집 국밥 맛있다더라” 하며 맛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식당 앞에서 “아무끼나 주이소”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리고 또 아내와 다툰다.
그럴 땐 문득 든다.

차라리 남태평양의 멜라네시안들과 친구가 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