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때 왔다 간 것 아니여?”
“아빠 나이가 있는데….”
아내가 내게 한 물음에 딸이 대답했다. 티비로 멧돼지 무리의 분탕질을 보던 저녁이었다. 겨울철이면 유독 발 관리에 신경을 쓰는 나를 의심한 것이다.
나는 그때 지리산자락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교련수업을 집단거부 하고 선배 3학년을 따라 목총을 들고 학교를 돌았던 것 같다. 같은 반 교련선생 아들도 같이 했고, 뒷날 그 어떤 선생도 수업거부에 말이 없었다.
“하사 나부랭이가 뭘 알겠습니까. 장교님들이 알아서 잘 교육시키면 될 것 같은데….”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얼마 앞둔 어느 날 저녁, 뜬금없이 장교숙소 휴게실에서 간부 정훈교육이 있었다. 부대 안에 숙소를 두고 있는 소대장, 초급장교와 하사관 10여 명이 “선거에 임하는 간부들의 자세(?)” 비디오 동영상물을 봤다.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소대원 교육을 잘 시켜야 합니다. 김 하사는 방금 본 시청물 소감이 어떤가? 내내 꾸벅꾸벅 졸기만 하던데, 또 소대원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킬지…?”
정훈장교의 질문에 1소대 부소대장 김 하사가 잠결(?)에도 씩씩하게 대답한 것이다. 그 교육 다음날부터 보안대 찝차가 부대에 들락거렸고, 누가 잡혀갔다는 등등의 별별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기승전결 작전에 의한 선전선동 지들 진급용 바지사병 물자 겁주는 굿춤이었다.
병사들의 생애 첫 투표는 커피 한 잔을 받아 마시고 중대장 앞에서 한 명씩 공개투표를 했다. 생에 처음으로 중대장이 주는 커피를 애써 마시지 않고, 중대장이 지시한 이름이 새겨진 종이에 붉은 막대기를 꾹 누른 병사도 몇 있었다. 다음날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가 아무런 사고 없이, 역사상 가장 투명하게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저녁 간부회의 시간에 돌았다.
1987년 6.29선언이란 게 나오기 전 수개월 동안이었다. 155마일 휴전선 일부인 남한강 강안경계 작전 복귀 후였다. 대대는 폭동진압 충정작전 교육, 충정봉이라는 방망이 춤을 날마다 추었다. 5월에는 며칠 동안 개인화기 실탄을 허리에 차고 96포대 155미리 포 견인 60 트럭 적재함에서 밤을 새웠다. 나는 중대장의 지시대로 일반인 두 벌의 캐주얼복과 운동화를 군장에 넣었다. 작전지도 이동계획에는 1차 집결지가 이화여대, 2차 집결지가 경남 양산이었던 것 같다. 나는 분대장에게까지 지급된 M16실탄에 대해 겁이 났었다. 가슴 떨리는, 입안에 백태가 끼는 뭔지 수상한 분위기였다. 노태우의 6.29선언에 출동 비상대기는 해제되었다.
그후 육사출신 중령 대대장이 운동화 발길질로 가슴팍 명치를 찍어 반 죽다 살아났고, 주먹질 한방에 쓰러진 병사의 106야전병원 영안실 부검 보조와 벽제화장장을 거쳐… 사단 인사과 주임상사를 직접 만나 전역신청 읍소 끝에 운 좋게 가까스로 사지 멀쩡하게 사회로 탈출했다. 총 잘 쏜다고 사단장이 내린 소대 전원 포상휴가를 야외훈련기간에 대대장은 내 보낼 수밖에 없어 배가 아팠던지 나의 전역신청을 마냥 뭉갰던 것이다. 아마도 말똥 하나 더 어깨에 붙이는데 밑밥으로 쌈 싸 먹을 심산이었던 것 같았다. 그들 왕국 하나회 뒷배를 믿고 병사들을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정보병이 휴가를 가면서 8509 7889 5829… 교육용 음어를 소각장에 불태운 사건 덕분에 똥별 진급은 못했는지 구글링이 되지 않는다. 대대 병사를 괴롭혀 자신의 힘을 뽐내는 몽상에 빠진 멧돼지와 동급의 정신병자였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전역을 하지 못해 발버둥 치는 꿈을 새벽에 꾸지 않는다. 멧돼지의 12.3 내란계엄에 동원 국회에 출동한 707특전사들의 처지를 생각한다.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부사관 직업군인 같다. 돌발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대응에 따라 머가 먼지 천지구분도 못하는 무속술에 취한 멧돼지 무리의 명령을 어영부영 뭉개면서 피를 보지 않은 것이다. 주술국 굿당 암수세습 천왕을 꿈꾼 멧돼지의 획책에 부화뇌동하여 막춤을 춤추지 않았다. 고맙다.
지구상의 현존하는 그 어떤 공상과학소설도 못 따라가는 극초현실 왕몽령이다. 어쩌다개를 신으로 믿는 개신교 크로스와 살아있는 소를 마취 껍데기를 볏겨 굿판을 벌이는 무지몽매 속물 무속 샤먼과 날 선 칼을 손에 쥔 눈먼 장님이 춤추는 검사 쿠터의 융합 교미로 낳은 십무검 컬트족이 군인을 앞세워 한반도 재일본 천왕국 건설을 위해 한 도깨비춤인 것이다. 멧돼지의 여왕벌 앉은뱅이 주술사의 굿판은 진행이다. 여왕벌 주술사를 빨리 우리에 가둬야 한다. 이른바 <쥴리도사문학>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가 교과서에 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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