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관념
- 공동체 경제의 본능
파푸아뉴기니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돈에 대한 개념, 더 정확히는 ‘경제관념’이 문화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줬다. 그곳은 개인 소유보다 부족 단위의 공동 소유 개념이 강했다.
공무원들은 2주에 한 번, 포트나이트마다 임금을 받는다. 그날이 바로 금요일 밤이다. 포트모르스비 시내는 그날 밤이면 어김없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축제의 흥분만큼이나 위험도 따라온다. 특히 막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들, 도시의 물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조심해야 할 대상이었다. 나 역시 그 밤에 두 번이나 "만세"를 부르고 지갑을 통째로 내준 적이 있다.
- 희미해지는 ‘사유’의 경계
우리 고향 농촌도 요즘 들어 사유재산의 개념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과 복지 정책이 확대되면서, ‘공짜’가 일상에 파고들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남의 사유재산조차 정부 소유쯤으로 여기는 착각마저 보인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되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이게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 책방에서 만난 경제감각
책방을 운영하며 자주 보는 장면 중 하나는, 정부 복지카드를 사용하는 손님들과 일반 카드 사용자의 차이다. 꿈드림 카드, 소비쿠폰, 저소득층 복지카드 등으로 책을 사는 이들은 정가의 2% 할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반면, 일반 카드 사용자들은 꼼꼼히 가격을 확인하고 2% 할인 여부를 묻곤 한다. 경제감각은 꼭 가진 것의 많고 적음에 달린 문제는 아닌 듯하다.
- 공짜처럼 느껴지는 돈의 무게
사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조합원으로서 복지 차원에서 제공받은 조합원 선불카드는 일종의 직불카드지만, 체감상 공짜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그 돈으로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할 때는 가격을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약국에 들르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대일밴드를 하나쯤 더 산다. 내 지갑에서 직접 나가는 돈이 아니다 보니, 금액에 대한 민감도가 무뎌진다. ‘공짜 같은 돈’은 그렇게 허투루 흘러나가기 쉽다.
- 민생정책이 만든 호황
2025년 7월, 민생쿠폰과 꿈드림 카드 덕에 책방 매출이 급증했다. 단행본 주문량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덕분에 7월 매출은 10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정책의 영향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 절약과 노동, 삶의 자세
나는 상위 5~10%의 소득 수준에 속하지만, 하루 11시간씩 책방에서 일한다. 주 7일 근무다. 함께 사는 노모도 마찬가지다. 천 원 한 장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어제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어머니는 불도,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수확한 농작물을 고르고 계셨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아끼지 않고 지출한다. 절약과 소비의 균형, 그것이 우리가 지키는 생활 방식이다.
- 일할 수 있다면, 일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건강한 육신을 갖고 있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면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 ‘공짜’에 길들여지면 누가 이 더운 날, 밖에서 땀 흘리며 일하려 하겠는가?
물론 불의의 사고, 질병,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국가가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빈둥거리고, 거리에서 소란만 피우며 아무런 사회적 생산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국가가 ‘지원’을 해줄 필요는 없다.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유사종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국민 재난지원금을 퍼주는 건 그만해야 한다. 오히려 그들은 사회적 공익은커녕, 주변에 피해와 민폐만 끼친다.
- 선별의 원칙
라스칼 떼강도 같은 무리에게도, 아니 심지어 교도소에서 세금을 축내는 내란수괴 육석열 같은 자에게도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선별 복지의 원칙이 무너진 증거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정한 국가다.
맺음말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 한국 사회는 대머리가 폭증할 만한 정책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경제관념을 가다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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