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 남 쉰다는 날, 놀고 싶은 날, 비 오는 날… 이래저래 다 놀고 언제 공부하노. 하루해가 그리 긴 줄 아나. 일 할 수 없는 밤이 곧 온데이…’
‘늙어 동냥하듯 국가 지원금으로 살아서야 되겠나. 남 도와줘도 시원찮은데 젊어서 펑펑 놀다 늙어 손 벌리면 되겠나. 평생 좋은 일 한 번 하지 않은, 군대도 안 간 놈이 지 늙었다고 나라에 손 벌리면 그게 양아치 놈인기라. 삼천포 앞바다 양아치 다리가 무턱대고 아름답다고 해서는 곤란한 법…’
하루 책 두 권 파는 날에는 노인이 책방 통로를 빙글빙글 돌며 중얼중얼 주문을 외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사바하… 약 빤 파리가 마룻바닥을 뱅뱅 돌며 중얼거렸다.
노인은 일요일도 책방 문을 열었다. 평일은 고등학생이 밤 10시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학교에서 출발하면 책방 도착이 10시 30분쯤 되었다. 학교 앞 서점은 아침 0교시 등교시간 맞추어 문을 열었다. 노인도 남 따라 장 가듯 날마다 무등산을 등산하는 삽질을 했다. 삽질은 단순반복의 노동이나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기다림의 미학이 삽질에 깃들어 있는 듯했다.
다행이었다. 책방을 하고부터 늦은 저녁 라면을 끓여 먹어도 아침에 설사를 하지 않고, 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어 노인은 삽질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 고개 넘으면 다시 골 깊은 산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병이었다. 겉으로는 간단히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였지만, 내용은 좀 복잡한 구성을 가진 이차방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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