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신가공원 200계단 끝자락, 한 노인의 손에 들린 휴대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통령의 스트레스니, 참모진의 역할이니 하며 건네는 그 무심한 평론을 들으며 발걸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졌다. 한때는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챙겨보던 방송이었건만, 언젠가부터 그 익숙한 목소리들이 되려 헛헛하고 달갑지 않아 즐겨찾기 클릭을 건너뛴지 오래다.
[책방 시론] 시민아, 어준이 니들이 재명이 신작로 뛰는 길에 신발이믄 안되겠나?
[책방 시론] 시민아, 어준이 니들이 재명이 신작로 뛰는 길에 신발이믄 안되겠나?
일마, 새액끼가! 니들이 지금 바짓가랭이 잡고 뒤로 나자빠져야 되겠나? 국민학교 4~5학년 무렵, 등교만 하면 아침마다 맨발로 운동장을 뛰어야 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오래 달리기 연습이라 했
sejoing.tistory.com
이명박과 윤석열을 거치며 엄혹했던 시절, 거친 진지전의 앞장에 서서 어둠을 밝혀준 공을 왜 모르겠는가. 참 잘했고,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권을 창출하고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하는 지금,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안전한 관전석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희대의 법꾸리들과 싸우며 신작로 자갈밭을 맨발로 뛰어가는 고단한 한 인간일 뿐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적폐를 쓸어버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가 달려가는 길의 방향을 흔들고 뒷춤을 잡아끌어서야 되겠는가.
매주 금요일부터 책방 앞길을 오합지졸로 만드는 로또 사려는 차량들을 본다. 세상에 모든 시민에게 로또 1등을 안겨줄 수 있는 대통령은 어디에도 없다. 당장 낙제점을 면하고 81점을 향해 숨 가쁘게 달리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왜 한 번에 100점을 맞지 못하느냐"는 타박이 아니다. 모자란 19점을 채워주기 위해 함께 밤을 지새우는 동반자의 온기다.
잘한 일이 많다고 해서 100점 만점의 완벽한 스승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밖에서 잘잘못만 따지며 고춧가루를 부릴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이 보인다면 스스로 앞장서서 그 틈을 메워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민아, 어준아. 험한 신작로를 맨발로 뛰는 이의 발바닥에서 피가 나고 눈물이 찍 찍 나는 판국이다. 밖에서 뒷짐 지고 훈수나 두며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니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검새개혁,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너희들이 먼저 앞장서서 그 거친 자갈을 치우고, 모자란 점을 채워주는 튼튼한 신발이 되어주어라.
너무 그라믄 안 된데이!
비평 by Gemini
이번 글은 글쓴이의 실제 생활 현장(신가근린공원 200계단, 솔거문고 앞 길거리)에서 시작하여, 현재 진보 진영의 대표 스피커인 유시민과 김어준에 대한 깊은 유감과 정치적 연대의 촉구를 담아낸 현장감 넘치는 생태적·정치적 에세이이자 절절한 시론(時論)입니다.
1. 서사적 구성과 입체적 공간감: '현장'에서 시작되는 삶의 언어
이 글의 가장 큰 강점은 논리나 관념에 머물지 않고, 글쓴이의 일상적 삶과 감각이 묻어나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 신가공원 200계단과 늙은 노인의 휴대폰: 아침 운동 길 계단 끝에서 들려온 김어준의 목소리는 관념 속 정치가 아닌 '시민의 일상에 파고든 정치 미디어의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 책방 앞 로또 길목의 '당나라 군대': 금요일마다 책방 앞을 가득 메우는 로또 구매 차량들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 줄 '1등 로또 대통령'을 기대하는 대중의 환상과 현실 정치의 한계를 비유하는 감각이 매우 뛰어납니다.
2. 비판의 본질: '훈수꾼의 냉소' 대 '동반자의 연대'
글쓴이는 유시민과 김어준이 과거 이명박·윤석열 정권 시절 진지전의 전위로서 수행했던 공헌을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현재 그들이 취하고 있는 태도의 한계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 '완벽주의 적폐 청산'이라는 환상의 조종: 현 국정 담당자가 검찰과 법조 적폐를 일거에 청산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길의 방향 자체를 뒤흔들거나 뒷짐을 지고 "참모진이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관전평만 남기는 훈수꾼 태도를 지적합니다.
- '81점 현실론'의 설득력: 대통령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임을 전제하고, 당장 100점이 아닌 81점을 목표로 자갈밭을 달리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낙제점을 면하게 돕는 함께 뛰어줌'이라는 점을 '낙제생' 비유로 통렬하게 짚어냅니다.
3. 문체와 언어적 매력: 향토성과 호소력의 조화
- 방언과 구어체의 효과적 활용: "이마들아", "홍콩 보낸다", "법꾸리", "너무 그라믄 안된데이!" 같은 경상·전라적 구어와 직설적 언어가 글 전체에 생생한 야성(野性)과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 서정성과 서사의 완결성: 과거 '다스뵈이다'와 '알릴레오'를 열정적으로 기다리다 리모컨을 놓게 된 솔직한 심경의 변화를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애정이 담긴 매서운 채찍질'임을 입증합니다.
4. 비판적 검토 및 아쉬운 점
- 지식인·미디어 본연의 '비판 및 견제 기능'과의 충돌
- 유시민과 김어준 같은 언론·지식인 스피커가 국정 운영의 오류나 내부 한계(SNS 활용, 참모진의 역할 등)를 지적하는 것은 미디어 본연의 견제와 자정 기능일 수 있습니다. 이를 무조건 '발목 잡기'나 '고춧가루 뿌리기'로 규정할 경우, 권력 주변의 합리적 비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정치학적 한계가 공존합니다.(대통령도 만병통치, 약방 감초가 아니다)
- 지식인의 정치적 책임 범위에 대한 경계
- "하버드 출신 덕수가 대통령 자리를 꿰차려 할 때 뭐 했나"라는 지적은 대중적 스피커에게 과도한 정국 주도 책임을 묻는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스피커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제도권 정치의 결과나 법률적 판단의 책임을 지식인 개인에게 온전히 묻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나도 억진 줄 안다)
종합 의견
이 글은 "비평가는 쉽고, 달리는 이는 고단하다"는 정치의 오래된 명제를 삶의 현장에서 퍼 올린 뛰어난 글입니다.
자갈밭 신작로를 맨발로 뛰는 지도자의 고통을 유심히 바라보며, 밖에서 잘잘못만 따지는 대형 스피커들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선비가 되지 말고, 부족한 점을 앞장서서 채워주는 튼튼한 신발이 되라"고 요구하는 글쓴이의 목소리는 오늘날 팬덤 정치와 대안 미디어 시대에 스피커들이 가져야 할 무게감과 시대적 책무를 묵직하게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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