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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기

[책방 시론] 시민아, 어준이 니들이 재명이 신작로 뛰는 길에 신발이믄 안되겠나?

두렁 2026. 9. 22. 09:34

 

 

일마, 새액끼가!

니들이 지금 바짓가랭이 잡고 뒤로 나자빠져야 되겠나?

 

국민학교 4~5학년 무렵, 등교만 하면 아침마다 맨발로 운동장을 뛰어야 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오래 달리기 연습이라 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비곡의 신용철은 키가 내 두 배나 커서 듬성듬성 뛰어도 총총 뛰는 나를 늘 앞질러 갔다. 다섯 바퀴쯤 돌고 나면 발바닥에서 피가 났고, 발가락 사이에 낀 모래를 털어내며 멍하니 멍든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운동장이 아닌 신작로 길을 뛸 때는 검정 고무신이라도 신었다. 그러나 고무신을 신고 점빵이 있는 고개를 넘으면 발바닥에 땀이 차서 고무신이 자꾸만 벗겨졌다. 처음에는 한 손에, 곧 양손에 고무신 한 짝씩 들고 맨발로 자갈밭을 뛰어갔다. 짚으로 고무신을 묶어보아도 소용없었다. 밤톨만 한 자갈을 밟을 때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애석하고 그 시절 선생님의 얼굴이 아련히 떠오른다.

 

요즘 유시민 작가가 대통령의 신발 속에 돌이 들어가 뛰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신발 속에 돌을 빼내라 한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짚신조차 제대로 없는 이에게 고무신도 벗겨지던 그 아픈 자갈길을 또다시 맨발로 뛰라고 하는 것이 정녕 옳은가? 선생님이 맨발로 운동장을 돌라 했다 해서, 오늘날 국정을 짊어진 지도자에게 튼튼한 운동화 한 겨레 쥐어주지 못한 채 맨발로 신작로를 뛰라 해서야 되겠는가?

 

국정운영이라는 신작로는 모서리가 뾰족한 자갈과 밤톨만 한 돌멩이가 도처에 널려 있는 거친 길이다. 지도자가 그 위를 달릴 때 발바닥에서 피가 나고 눈물이 핑 도는 아픔을 겪지 않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그 곁을 지키는 진영의 지식인과 대형 스피커들의 진짜 역할이어야 한다. 돌열이 때의 썩열이와는 완전 딴판 아닌가.

 

유시민과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인물들은 오랫동안 진보 진영의 거대한 방파제이자 백스코트 역할을 해왔다. 때로는 B급 해학과 풍자로 보수 미디어의 프레임을 깨부수고, 때로는 칼날 같은 평론으로 진영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팟캐스트에서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레거시 미디어가 외면한 목소리를 대변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스피커 정치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 훈수꾼이나 비평가의 위치에만 머무를 때, 그 메시지는 때로 내부의 자정 작용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도자의 외연 확장을 막고 정치적 고립을 초래하는 '팬덤 정치의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신발 속 돌멩이를 털어내라"는 비평은 쉽다. 그러나 국정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짊어지지 않는 냉정한 관전평은 지도자를 자갈밭 위에 홀로 세워두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잘잘못을 따지며 맨발로 뛰라 명령하는 엄한 스승이 아니다. 거친 자갈길로부터 지도자의 발을 보호하고,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충격을 흡수해 주는 '단단하고 튼튼한 운동화'다.

 

내가 좋아하는 시민아, 어준아. 니들이 밖에서 돌멩이만 지적하는 훈수꾼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직접 대통령의 신발이 되어주면 안되겠나? 튼튼한 운동화 한 겨레 사다 주지 못할망정, 험한 신작로를 달릴 때 발바닥이 찢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신발이 되어 국정의 무게를 함께 견뎌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알 것 같다. 니들도 잘되기를 바라는 급한 맘에서 할 소리 안 할 소리 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 국가라는 신작로를 완주하게 만드는 힘은 지도자 개인의 독주에서 나오지 않는다. 외곽의 스피커들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밭갈이를 하는 보통의 국민들이 다 함께 따뜻한 지지와 성원의 운동화가 되어줄 때, 비로소 지도자는 상처 입지 않고 국민을 향해 멀리, 오래 달릴 수 있다.

 

어린 시절 자갈밭을 밟으며 흘렸던 내 눈물이 오늘날 국정을 이끄는 이의 발끝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튼튼한 운동화를 신은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거침없이 신작로를 달려 나가기를 소망한다.

 

 

비평 by Gemini

 

앞서 작성된 〈[솔거문고 시론] 시민아, 어준아, 니들이 재명이가 신작로를 뛰는 길에 신발이 되어주면 안되겠나?〉에 대한 비평입니다.

1. 서사적 구성과 메타포의 확장성: 개인적 경험의 정치적 승화

이 시론의 가장 강력한 지점은 어린 시절 자갈밭 신작로를 맨발로 뛰어야 했던 개인적 경험과 비극적 서사를 현재의 정치적 맥락으로 치환하는 능력입니다.

  • 감각적 직관성: '고무신에 땀이 차서 양손에 들고 뛰던 순간', '밤톨만 한 자갈을 밟아 눈물이 핑 돌던 통증'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서사가 글로 시작됩니다. 이는 추상적인 정치 담론을 삶의 피부에 와닿는 일상적 감각으로 신속하게 전이시킵니다.
  • ‘신발’ 프레임의 전환: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신발 속 돌멩이를 털어내라"는 비판적·훈수자적 프레임을, "지도자에게 튼튼한 신발을 선물하거나 스스로 신발이 되어주라"는 책임과 연대의 프레임으로 통렬하게 뒤집습니다. 비평이 단순한 관전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거친 길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확장되는 서사적 흡인력이 뛰어납니다.

2. 스피커 정치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

시론은 유시민·김어준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의 ‘빅스피커’들이 지닌 역사적 공헌과 현재의 한계를 입체적으로 짚어냅니다.

  • 훈수꾼 정치의 한계 지적: 외곽의 지식인들이 외부의 비평가나 '원로 스승'의 지위에 머물며 타자화된 조언만 건넬 때, 그것이 국정 책임자를 도리어 고립시킬 수 있음을 꼬집습니다.
  • 진정한 버팀목의 의미: '돌멩이를 지적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지도자가 상처 입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해 주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대안 언론과 진지전의 주체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중량감을 강하게 일깨웁니다.

3. 문체와 톤앤매너: '솔거문고'다운 향토성과 진정성

  • 지역적·시대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조: '신작로', '짚으로 묶은 고무신', '비곡의 용철이' 같은 단어들과 "시민아, 어준아" 하고 직설적으로 이름을 불러제끼는 친근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어투가 글 전체에 묵직한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 비장미와 서정성의 균형: 정치적 요구나 일방적인 옹호글로 빠지기 쉬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자갈밭의 애석함이라는 서정적 감성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 진영 논리를 넘어선 인간적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4. 한계 및 아쉬운 점 (비판적 관점)

  1. 지도자의 자율성과 책임의 모호화 위험
    • 지도자 주변의 스피커나 참모진이 '신발'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지층 결집 측면에서는 감동적이나, 정작 지도자 본인이 가져야 할 국정 운영의 주도적 결단력이나 내부 자정 책임을 외곽 스피커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2. 지식인·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 위축 우려
    • 유시민·김어준과 같은 인물들이 비평이나 견제("신발 속 돌을 골라내는 일")를 그만두고 일방적인 방패이자 무조건적인 버팀목("스스로 신발이 되는 일")이 될 경우, 권력 내부의 오류를 바로잡는 외부의 자정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정치학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종합 의견

이 시론은 단순한 정치적 옹호나 진영 논리의 글이 아닙니다. 삶의 궤적에서 얻은 눈물의 기억을 바탕으로 정치적 리더십과 스피커의 관계를 재정의한 수준 높은 문학적·정치적 에세이입니다.

 

'비평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자갈길을 함께 밟는 버팀목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에게 던짐으로써, 현 시대 국정 운영의 고독함과 시민적 연대의 필요성을 울림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보 스피커들은 기득권 언론에 맞서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으나, 정권을 창출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단계에서는 '진영의 결집 요소'가 도리어 '외연 확장의 한계'로 작용하는 딜레마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신발 속 돌멩이 발언 관련 논란

 

유시민 작가가 여권 내부 지지층의 극단적 언행을 '신발 속 돌멩이'에 비유하며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을 지적한 최근 발언 맥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