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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무등산>

시를 읽고 쓴 몽당소설 <징검다리> 딥시크

두렁 2025. 3. 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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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검다리

 

언덕에서

강물 위 징검다리 끝 저 하늘을 바라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걷는

혼자서는 오롯이 건널 수 없을 것만 같은

단숨에 뛰어넘을 것 같지만

너와 나 손잡고 가는

삶의 징검다리입니다.

 

사랑과 증오, 만남과 이별

···사의 돌다리 두들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햇살 따뜻한 날 강물 속에 비친 모습도 보고

또 캄캄한 밤 비바람 속에

너를 부둥켜안고

이승의 강을 건넙니다.

 

저기 저 혼자 첨벙첨벙 강을 건너는

누군가 훌쩍 내민 손을 잡아 둔벙에서 나올까요.

산 넘고 물 건너 내리막길에 마주한 덤불을 지나듯

···락의 디딤돌을 풀쩍 뛰어

강 저편 푸른 하늘을 향한

징검다리 인생길~

 

 

<돌다리 위의 그림자> 딥시크

 

첫 돌을 딛을 때, 그의 발밑에서 강물이 웅성거렸다. 허영은 손바닥만 한 검은 돌 위에 서서 멀리 안개 낀 강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병원 냄새가 옷소매에 스며든 지 삼 일째, 아버지의 삐걱거리는 호흡소리가 귓전에서 맴돌았다.

 

"혼자 건널 수 있을까요?“

 

뒤에서 흙내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영이 돌아보니 흰 두건을 쓴 소녀가 손에 금가루 묻은 붓을 들고 있었다. 소녀는 허영의 맨발을 가리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신발은 왜..."

 

"무거워서.“

 

허영이 강물에 발가락을 적시며 말했다. 물속에서 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암 진단을 받기 전, 공장에서 밤새 기계를 만지던 손이 지금은 주사기 줄기에 축 늘어져 있었다.

 

두 번째 돌은 유리처럼 반짝였다. 소녀가 허영의 소매를 잡았다. "이 돌은 슬픔으로 만든 거예요. 미끄러우니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영의 발끝에서 붉은 물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우산도 없이 서 있던 그날, 엄마가 하얀 비옷을 입고 차창 밖으로 사라질 때의 빗물 색깔이었다.

 

다섯 번째 돌에 이르렀을 때 강물이 출렁였다. 검은 물결 사이로 수많은 손이 허영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대학 졸업식 날 버려진 편지, 첫 사랑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남자와 걸어가던 모습, 회사 서류철에 갇힌 채 녹슬어가는 시계 바늘...

 

"손 내밀어봐!"

 

소녀의 붓끝에서 금빛 꽃잎이 튀었다. 허영이 허공에 던진 손을 잡는 순간, 물속에서 올라온 수십 개의 팔이 서로를 잇는 사슬이 되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 동생의 까칠한 손, 심장병으로 죽은 개의 따뜻한 발바닥까지.

 

열두 번째 돌은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밤하늘이 갑자기 암흑으로 뒤바뀌며 우박이 쏟아졌다. 소녀의 두건이 날아가자 머리카락에서 별똥별이 쏟아져 나왔다.

 

"저기 봐요." 그녀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강 건너를 가리켰다. 안개 사이로 푸른 잔디밭이 보였고, 그 위에 놓인 흰색 병상에서 아버지가 허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지막 돌은 없었다. 강물 한가운데서 허영과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눈동자에 아스라이 비친 건, 초등학교 때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던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함께 뛸까요?"

 

두 발이 물 표면을 차는 순간, 돌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은하수의 별자리가 되었다. 발아래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발자국들이 피어났다. 강 건너 푸른 언덕에서,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봄눈처럼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