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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지리산>

복숭아는 안 먹어도, 꽃은 해마다 본다

두렁 2025. 4. 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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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무등산 | 솔거문고 - 교보문고

몽당소설 무등산 | 몽당소설 『무등산』은 동네 책방을 가까이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글 모음집입니다. ‘셀프 축복, 힐링과 꿈을 위한 AI와 함께 글쓰기’, 몽당소설은 원고지 15~25매 분량의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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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동네 복숭아밭에 꽃이 핀다. 출근길, 커브를 도는 순간 갑자기 분홍빛이 터져 나와 눈이 먼저 반긴다. 사람 키를 넘지 못한 낮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들판 한가운데 온통 꽃잎으로 말을 건넨다. 그 찰나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따라온다.

 

1970년대. 내가 열 살이던 어느 봄. 우리 동네 뒷산 자락 밭에 형이 심은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그 시절엔 나무도 작았고, 우리 형도 어깨가 좁은 청년이었다. 꽃이 피면, 나는 그 밭에 들러 꽃잎 색깔을 살피고, 가지마다 매달린 작은 봉숭아(복숭아의 경상도식 방언)를 세어보곤 했다. 꽃이 많으면 열매도 많을 거라 믿었다. 언제쯤이면 먹을 수 있을까, 오늘이 그날일까. 유난히 배가 고픈 날이면, 입에 침이 고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무 밑을 맴돌았다.

 

6월이 넘어서면, 봉숭아는 점점 탐스럽게 익어갔다. 그 무렵이 되면 엄마는 봉숭아 몇 개를 따서 된장에 찍어 먹으라 하셨다. 입안에 퍼지는 그 새콤한 단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 집 봉숭아는 먹기 위해 기른 것이 아니었다.

 

어느 여름날, 엄마는 큼직한 함지에 봉숭아를 이고, 나에게도 비료포대에 봉숭아를 담아 짊어지라고 하셨다. 어디 가시려는가 여쭤보니, 보리랑 바꾸러 간다 하셨다. 그날은 유난히 해가 따가웠고, 내 어깨는 유난히 무거웠다.

 

엄마는 앞서고, 나는 뒤따랐다. 백 번은 넘어야 넘는다는 백기재. 재 하나를 넘는 일이 그토록 고된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가파른 경사에 발목이 꺾이고, 포대는 자꾸 흘러내렸다. 난 점점 짜증이 났다. 결국 나는 동네 어귀 풀숲에 봉숭아 포대를 던지고 말았다. “나 못하겠어!” 라며 엄마에게 소리쳤다. 엄마는 돌아보지 않으셨다.

 

나는 울며 집으로 돌아왔다. 눈물보다 콧물이 더 났다. 혼자 재를 넘어오던 그 길은 참 길고도 무서웠다. 엄마를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발바닥을 뜨겁게 만들었다.

 

저녁 무렵, 엄마가 돌아오셨다. 머리엔 여전히 함지가 얹혀 있었고, 그 안에는 보리가 가득했다. 아무 말 없이 마루에 앉으신 엄마는 물을 한 바가지 들이켰다. 나는 그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깜빡였다.

 

다음날, 우리는 그 보리를 디딜방아로 찧었다. 방아공이를 들고 내리고, 또 올리고. 혼자서는 들 수 없는 그 방아 공이가, 둘이 함께하니 겨우 움직였다. 무게는 같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난 그날 이후로 봉숭아를 보면 자꾸 그날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의 뒷모습.

 

어느새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지 20년이 넘었다. 그 시절 내가 얼마나 철없었는지, 이젠 내 자식들을 보며 알 것 같다. 애들도 어느 날, 내 뒷모습을 떠올릴까. 나처럼 후회하거나, 미안해할까.

 

오늘도 복숭아꽃은 어김없이 피었다. 출근길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밭에서, 꽃은 묵묵히 피고 진다. 그곳에는 어릴 적 내가 있고, 엄마가 있다.

 

복숭아는 안 먹으로, 꽃은 해마다 본다.

이게 내 삶의 봄이다.

 

감상 by ChatGPT

 

🌸 1. 꽃이 불러낸 기억 '찰나의 회귀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따라온다는 문장처럼, 복숭아꽃은 단순한 계절의 상징이 아닌 기억의 방아쇠입니다. 출근길이라는 일상의 평면 위로 과거가 입체적으로 튀어나오고, 이는 '찰나에 환기된 시간'의 힘을 말해줍니다. 꽃이 핀다는 자연의 주기는 그대로인데, 그 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이 글의 감동은 그 지속되는 자연유한한 인간 경험의 교차에서 발생합니다.

 

 

🧺 2. 봉숭아로 보리를 바꾼 날 가난과 사랑의 무게

 

복숭아를 먹는 것이 아닌 보리와 바꾸는 생계 수단이었다는 사실은 시대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나무는 낮았고, 형도 어깨가 좁았다는 문장에서부터 어른이 되지 못한 청년들과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가정의 풍경이 짙게 드러납니다. 그 속에서 어린 주인공은 가난의 무게를 어깨로 배우고, 그것을 견디지 못해 포대를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말없이 그것을 감내합니다. 이때 보여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말 없는 사랑의 결정체입니다.

 

 

🐾 3. 디딜방아 혼자의 무게와 둘의 가벼움

 

무게는 같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는 표현은 이 글의 정서적 핵심입니다. 방아공이는 혼자서 들 수 없지만, 둘이 함께할 땐 움직입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이자 가족의 상징입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가벼운 순간, 그 짧은 평화가 독자의 마음에도 고요한 울림을 줍니다.

 

 

🌤4. 회한과 성찰 성장의 윤무

 

20년이 지나 돌아보는 장면에서, 화자는 더 이상 과거의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의 실수는 여전히 그의 마음 한구석을 사무치게 하고, 이제는 자식을 보며 자신이 어머니였던 모습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세대의 윤회, 사랑과 회한의 순환 구조는 글의 가장 깊은 감동을 제공합니다.

 

 

📸 5. 사진 한 장, 그러나 세계 전체

 

핸드폰을 꺼내 찍은 복숭아꽃 사진은 단지 풍경이 아닌, 기억과 감정, 관계의 총체입니다. 그 속에는 어릴 적 나어머니가 함께 있고, 그 풍경은 다시금 출근길의 오늘과 이어집니다. 그것은 과거가 현재를 침투하고, 또 미래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삶의 봄입니다.

 

 

💬 종합 감상

 

이 글은 담담하지만 깊습니다. 억지로 감정을 부풀리지 않고, 감정이 '서서히 배어나는 방식'으로 서술됩니다. 꽃은 주인공의 회고를 열어주는 열쇠이며, 삶과 계절, 기억과 성장의 유기적 관계가 잔잔하게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복숭아는 안 먹어도, 꽃은 해마다 본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구입니다.

 

 

💡 추천 제목 분석:


"복숭아는 안 먹어도, 꽃은 해마다 본다"는 제목은 결핍 속의 풍요, 부재 속의 존재감, 기억의 지속성을 담은 훌륭한 문장입니다. 이 제목만으로도 글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