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건너편 횡단보도 앞, 누런 간판 아래 줄을 선다. 기다림은 짧고, 커피향은 멀리 퍼진다. 메가커피 신가점. 한때 이 자리에선 빵 냄새가 났고, 그보다 전에는 김치찌개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나 오래 버틴 이는 없었다. 빵집은 사흘마다 메뉴를 바꿨고, 음식점은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가게 앞 인도엔 발길이 있었지만, 문은 자주 닫혀 있었다.
“되는 집은 되는 거야.” 동네 부동산 아주머니의 단정이다. “안 되는 집은 별일이 다 생기지. 에이, 복이 없었던 거야.”
그 말을 듣고 있던 노인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저었다.
“운도 복도, 다 실력이지. 땅기운 보는 눈이 있어야지.”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 메가커피가 들어섰고, 오후만 되면 문 앞엔 줄이 생긴다. 유모차를 민 엄마부터, 흰 셔츠 입은 직장인, 머리띠 두른 고등학생까지, 메가 사이즈 음료 한 잔을 위해 마주 선다. 주황빛 얼음컵을 손에 든 이들이 사거리 신호등을 건넌다. 시선은 모두, 노란색 간판을 향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동네서 제일 잘 되는 집이 저기야.”
누군가는 또 말한다.
“글쎄, 저기서 뭘 타는지… 중독이야, 중독.”
그러면서도 모두 한 잔씩 들고 나간다. 마치 의식처럼.
가끔은 아침 9시도 채 되기 전에 문이 열린다. 아르바이트생은 미리 손을 씻고, 원두를 간다. 스피커에선 여느 날과 같은 라디오 멘트가 흘러나온다.
“오늘 하루도 메가하게 시작해 보세요!”
가게를 바라보며 한 노인이 중얼거린다.
“여름엔 저기 커피가 약이야.”
그 노인은 5년 전 음식점을 하다 문을 닫았던 사람이다.
오늘도 햇볕은 찬란하다. 커피를 마시기 딱 좋은 날씨다. 줄은 또 길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동네에서 제일 잘 되는 집은… 복이 있는 집이야.”
그러나 또 다른 이는 조용히 말한다.
“사람이 있는 집이 복 있는 집이지.”
그리고 나는 오늘도 줄의 맨 끝에 선다.
아무 일 없는 오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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