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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수필집),『무등산』,『지리산』,『백두산』,『AI창세기』(몽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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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지리산>

출근길에 만난 꽃비

두렁 2025. 4. 8. 09:49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 같은 길, 같은 발걸음으로 나선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제와 같은 거리인데, 조금 다르게 보인다. 벚꽃이다. 벌써 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누가 일부러 흔들어 뿌린 듯, 나무 위에서 부드럽게 떨어진다. 이른 아침 햇살이 빌딩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그 잎들에 부딪힌다. 꽃비는 햇살과 함께 나를 향해 떨어졌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마치 누군가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그 순간, 이상하게도 코끝이 찡해왔다.

 

작년 봄, 이 거리에도 벚꽃이 피었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우산을 들고 걷던 내 앞을, 그녀가 지나갔다.
투명한 우산 아래 그녀의 얼굴은 흐린 날씨에도 선명했다.

그때도 벚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다시 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길을 지나며, 나는 그 기억을 자꾸 떠올렸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이 거리의 봄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가게 앞 간판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술집, 식당, 미용실, 그리고 작은 카페.

그녀와 커피를 마신 그 카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햇살이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나는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주머니 속에서 낡은 종이 하나가 만져진다.

그녀가 남긴 메모다.

 

다음 봄에 다시 만나요.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그 문장을 보고 웃으며 접어 넣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다.

그녀는 정말 다시 올까.

아니, 나는 왜 아직도 그걸 쥐고 있는 걸까.

 

나는 카페 앞에 멈췄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창가에 기대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벚꽃잎이 다시 흩날린다.

이번엔 더 많이, 더 빠르게.

마치 봄이 서둘러 지나가려는 듯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꽃은 기다린다.

비처럼 쏟아지는 꽃잎은 말없이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오늘도 안녕.”

나는 나지막이 속삭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그러고는 다시 걷는다.

햇살은 조금 더 밝아지고, 거리는 점점 깨어난다.

하루가 시작된다.

어쩌면, 봄도 이렇게 매일 시작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기다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