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등산에서 살아남기

『사람사이』(수필집),『무등산』,『지리산』,『백두산』,『AI창세기』(몽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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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지리산>

아이를 도서관에 방목해 자기 맘대로 풀 뜯게 하라

두렁 2025. 5. 18. 13:01

아들이에요?”

 

나는 책장 한 칸을 채우다 만 듯한 빈칸을 바라보며 물었다. 책장 위에서는 작디작은 먼지들이 햇빛을 머금고 떠돌았다.

 

.”

 

젊은 엄마가 짧게 대답했다. 두 손엔 얇은 보드북 네 권이 들려 있었다. 그 옆에서 볼에 홍조가 오른 아이가 연필을 장난감처럼 돌리고 있었다.

 

잘 키웠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는 책꽂이 사이를 꽤나 끈질기게 파고들고 있었다. 호기심이란 것이 몸집보다 커 보였다. 궁금증 하나를 풀기 위해 한 시간 넘게 같은 페이지를 들추어 보는 아이의 눈빛이 유리알처럼 맑았다.

 

신가도서관 문 열어 달라고 구청에 한번 건의해 보세요.”.

 

나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아파트 재건축은 현실적으로 당장은 물 건너간 것 같으니, 신가도서관은 이제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엄마는 피식 웃었다.

 


집 가까운 도서관에 아이를 풀어놓으세요.. 소를 풀밭에 방목하듯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속으로 다음 문장을 그리고 있었다. 풋내 나는 풀잎 사이를 누비며 맘껏 뜯는 소처럼, 아이가 책장을 뜯어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저녁마다 책 읽어 주세요?”

 

가끔요.”

 

매일 읽어 주세요. 초등 오륙 학년 때까진 아이가 가져오는 책, 무조건 읽어 주시면 좋아요.”

 

엄마 얼굴이 굳어졌다. 책 읽어 주는 게 힘들다는 걸 이미 아는 눈치였다.

 

같은 책을 열 번 읽어 달래면 열 번 읽어 주세요.”

 

내 말은 누군가에게는 고문 같겠지만, 그 열 번이 아이의 스무 배가 되는 법이다.

 


나는 수입산 옥수수 사료를 떠올렸다. 규격화된 공장식 사료가 아닌, 제각각 자라는 풀이라면 맛도 영양도 다채롭다. 육우농장 말고, 도서관이라는 초지에서 아이를 방목하면 좋다.

 

아들 하나라고 육우농장 농장장이 되면 곤란해요.”

 

내 농에 엄마는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은 금세 차분해졌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세요.”

 

내 인사가 아이에게 닿았는지 모른다. 아이는 이미 좋은책 신사고 출판사의 쎈수학이며 우공비 수학 참고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아이는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이거 4학년 책이에요.”

 

엄마가 머쓱하게 말했지만, 아이는 3학년 교과서를 뒤로 미룬 지 오래였다. ‘쎈수학’ 세 글자가 박힌 두꺼운 책을 안고 와선 껴안듯 품었다.

 

스스로 골랐어요?”

 

!”

 

반짝이는 대답이 펼쳐졌다.

 

학생이 잘 성장하길 바랍니다.”

 

나는 책 한 귀퉁이를 접어 표지를 살폈다. 부모의 과도한 참견이 줄어들면 아이가 스스로 풀을 뜯을 수 있다. 그래야 다시 책 사러 올 것이고, 그러면 나도 덤으로 선순환의 한 고리 안에 설 수 있다.

 


책방 문을 닫기 전, 나는 셔터 틈새로 노을빛을 훔쳐보았다. 창밖에선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작은 손을 붙잡은 엄마의 시선이 온전히 아이에게 꽂혀 있었다.

 

책을 열 번 읽어 달라며아이의 입모양을 미루어 짐작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는 금세 뛰어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도서관이든, 허름한 서점이든, 아이가 마음껏 뜯어먹을 풀을 내어놓는 일. 어른인 우리가 할 일은 결국, 울타리를 낮추어 주는 것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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