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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백두산>

🌌 단편소설 「떠돌이 별」 9. 공짜로 데푸다

두렁 2025. 6. 28. 10:48

 

 덩치가 나보다 열 배는 더 큰 소를 이끌고 뛰다시피 걷는다. 암내 낸 소는 어미재를 단숨에 올라 채 할미성을 뒤로한다. 수송아지 두 마리와 황소도 자연스럽게 암소 꽁무니를 쫄랑쫄랑, 바싹 뒤따른다. 곧이어 재를 넘는 한 무리의 소 떼를 본 나머지 소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으로 알아채고, 덩달아 무리 지어 아침에 넘은 어미재를 슬금슬금 올라 탑골을 향한다. 저만치서 돌열과 신자가 깨금을 까먹으며 사이좋게 올라오는 게 보인다.

 

누구 소가?”

 

고삐에 이끌려오는 소를 본 삼용이 어리둥절했다.

 

나도 모린다.”

 

니 소도둑놈이가?”

 

열이 황소가 달라붙은 암소를 번갈아 보며 능청을 떨었다.

 

오늘 밤 법수들이 행차하여 법구 치는 꼴 구경 좀 하겠다.”

 

열이 다시 비시시 웃는다.

 

우리 집 소가 없다.”

 

무신 소리고?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라.”

 

신자가 울상을 짓는다.

 

“머라꼬? 좀 전에 본 것 같은데.”

 

거짓말 마라. 못 찾으면 니가 물어내야 한데이!”

 

신자가 소 값을 물어내야 한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사실 어미재를 그슬어 올라 탑골까지 내려오는 사이에 소를 헤아리지 못했다. 암내 낸 남의 동네 소를 이끌고 오다 보니 소 숫자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고삐를 손에서 놓아버리면 자기 동네 소를 찾아서 도망갈 것이고, 그러면 이미 암내 맡은 수소도 암소를 뒤따라 내뺄 게 뻔한 생리였다.

 

돌열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가 잡고 있는 고삐를 낚아채 굴밤나무 그루터기에 묶는다.

 

가자!”

 

가시나 니는 우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소가 동네로 내려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거라.”

 

열이 앞장서 방금 내려온 어미재를 다시 오른다.

 

오늘따라 상내 낸 소가 와 이리 많노!”

 

내가 열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내뱉는다.

 

상내 낸 소를 집 밖에 내놓으면도둑심보지.”

 

열이 맞장구친다.

 

남의 수소를 홀려 공짜로 씨 받을 심산으로 발정 난 소를 집 밖에 내돌리고.”

 

어미재를 다시 올랐을 때, 어둠이 산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이미 하늘에서는 별이 하나둘, 스멀스멀 나타났다. 곧장 달도 뜨고 별 총총 빛날 것 같지만, 등골이 서늘하다. 머리카락이 성긴 밤송이같이 일어서는 것 같다. 흐르던 땀도 이미 멈춰버렸다.

 

소는 겁도 많지만, 생각보다 똑똑하다. 밤이 되면 묏등을 가운데 안고, 모두가 둥그스름하게 진을 짜고 잠을 잘 기다.”.”

 

열이 하던 말을 멈추고 키 큰 버드나무가 시커먼 장승처럼 줄지어 서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내려간다.

 

열아 어른들 오면 찾아보자!”

 

무섭나?”

 

열이 마음속 억누르던 겁을 쫓으려는 듯 큰소리친다. 키를 훌쩍 넘기는 풀숲이 나타났다. 밤하늘과 맞닿는 능선을 따라 서 있는 시커먼 소나무가 골짝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기다!”

 

풀숲을 헤치고 뫼 잔디밭에 첫발을 내디딘 열이 다시 외친다. 내 눈에도 묏등 앞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마리 소가 눈에 들어왔다. 뫼의 두두룩한 윗부분을 소가 얼마나 비벼댔는지 잔디가 벗겨지고 흙이 반쯤 허물어져 썩다 만 송장 귀신이 나타날 것 같다.

 

나는 열이 몰고 가는 소를 뒤따랐다. 뫼는 점점 멀어져 갔지만, 뫼에서 나온 송장이 뒤뚱뒤뚱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아 몸에 도는 피가 굳어 멈추는 듯하다. 뒤따르듯 하는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빨라졌다 하고, 순간 뒤통수를 치며 달려들 것 같다. 고개를 휙 돌려 뒤를 힐끔 돌아보면 어둠 속에 검은 물체도 정체를 숨겨 들키지 않으려는 듯 멈칫거리며 딴청의 피는 것 같다. 소 궁둥이에 바싹 붙어 걸음아 날 살려라, 오르막길을 쫑쫑 뛴다.

 

비로소 한 번은 가보고 싶은 황매산 골짝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비 온 다음 날 같이 물소리가 캄캄한 어둠에 묻힌 할미성을 점점 더 크게 울린다. 물은 낮보다 밤에 더 씩씩하게 소리 내 흐르는 것 같다.

 

달은 아직 봉화대 터가 남아있는 할미성을 넘어와 밤길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주 먼 옛날에 절이 있었다는 듯 옥개석이 땅에 반쯤 묻혀있고, 땔나무를 하려 다녔던 오솔길에 탑신으로 상석을 만든 뫼가 있는 탑골을 내려오는 데 동네 쪽 하늘에서 무수한 별들이 춤추듯 하다. 작은 개울이지만 얼음이 어는 겨울을 빼고 봄여름 가을 내내 소리 내며 흐르는 개울물을 건너자 동네 사람 소리가 산을 타고 오르는 것 같다.

 

개울물을 건널 때 소 발굽이 돌에 미끄러지며 내는 소리가 몇 번 났다. 내리막 돌너덜을 탈 때는 고무신에 들어간 물이 발바닥에서 질척거린다.

📝 1. 내용 요약

  • 암내 난 암소를 쫓던 소 떼를 이끌고 아이는 무사히 어미재를 넘어온다.
  • 그런데 소를 되찾으러 나온 동네 사람 중 ‘신자’의 집 소 한 마리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누구 소인지 알 수 없는 암소를 붙잡고 와 있는 상황에서, 혹시 남의 집 발정 난 암소를 일부러 내놓아 공짜로 씨받이(수정) 하려는 속셈 아닌가 의심이 돌고,
  • 아이들과 ‘열’은 소를 찾으러 밤중 산을 다시 오른다.
  • 무덤가(뫼)에 소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걸 찾아낸다. 그 옆을 지나며 유령 같은 환각과 공포를 겪는다.
  • 결국 아이는 겁에 질려 소 꽁무니에 붙어 뛰며 어둠 속 마을로 내려온다.
  • 이야기 말미에 개울을 건너며 동네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사람들의 세계로 돌아오는 복귀 장면이다.

✍️ 2. 교열 및 표현 정리

  • 제목 ‘공짜로 데푸다’
    → ‘데푸다’는 ‘대어주다’ 또는 ‘씨받이하게 하다’의 방언적 표현. ‘공짜로 데푸다’는 발정 난 암소를 수소 있는 쪽으로 일부러 풀어 수정시키는 행위를 풍자하는 표현임. 독자를 위해 소제목 밑에 괄호 주석 또는 각주 필요:
  • markdown
    복사편집
    9. 공짜로 데푸다 *(데푸다: 수정을 시키다, 교배하다의 방언)*
  • “니 소도둑놈이가?”
    → 입말 생생함을 살리되, 너무 잦은 방언 노출은 중간중간 균형 잡는 게 좋음.
    예:
    “니, 설마 소도둑은 아이제?” 정도로 완곡히 표현 가능
  • “좀 전에 본 것 같은데.”
    → 이어지는 문맥에서 ‘소값을 물어내야 한다’는 위기감을 더 강조하면 더 극적 효과
    예:
    “방금까지만 해도 있던 소 아이다. 분명 내 눈으로 봤다 아이가!”
  • “묏등 앞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마리 소”
    → 해당 장면의 시각적 이미지는 훌륭함. 하지만 공포 서사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문장 길이 분할 필요:
  • 예:
    “묏등 앞에, 나란히 누운 소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잔디는 벗겨졌고, 뫼는 흙이 파헤쳐진 듯 움푹 꺼져 있었다. 썩다 만 송장이 나올 듯한 느낌에 몸이 얼어붙었다.”

🎯 3. 문학적 해석 및 비평

‘소’와 ‘데푸다’의 은유

  • 이 글은 인간 세계에서 보통 결혼, 성, 임신, 거래라는 문화적 질서가 야생 세계에서는 본능, 냄새, 계절, 운에 의해 결정됨을 암시한다.
  • 마을 사람은 씨받이를 “공짜로” 하려는 도둑심보를 지적하며, 이는 인간의 ‘계산된 본능’이 동물보다 교활하다는 풍자다.

공포와 상상, 환영의 교차

  • 무덤가에서 겪는 장면은 이 글의 백미. 실제로 유령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상상과 공포, 초자연적 기운이 느껴지도록 구성되어 있음.
  • 이는 아동의 상상력과 생존 감각을 동시에 보여준다.

돌아오는 길, 복귀의 상징성

  • 개울을 건너며 “동네 사람 소리”가 들리는 마지막 장면은 무질서와 혼란의 세계에서 다시 질서와 공동체로 복귀하는 장면이다.
  • 이야기 구조상 원형적 모티프를 따른다:
    • 이탈 → 시련 → 복귀

🌌 4. 핵심 상징 정리

상징의미
암내 난 소 욕망, 유혹, 자연의 본능
코뚜레 통제와 질서의 상징
공짜 데푸다 인간의 탐욕, 교활함
무덤(뫼) 죽음, 두려움, 경계
개울 경계, 돌아옴의 상징
밤하늘, 별 아이의 정서, 우주적 시야의 확장
 

📚 전체 시리즈 문학성 요약 (1~9편 기준)

이 시리즈는 단순히 시골 아이의 하루 이야기가 아니다.
각 편은 동물, 식물, 똥, 무, 소, 꿈, 죽음 등을 경유하여 다음을 묻는다.

  • 인간과 짐승의 경계는 무엇인가?
  •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그 질서를 잡는가?
  • 본능과 도덕, 삶과 죽음은 어디서 교차하는가?

이 모든 질문이 우화적 입말, 소리의 리듬, 민속적 상징으로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