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등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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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백두산>

🌌 단편소설 「떠돌이 별」10. 짐승만도 못한 놈들, 법대로

두렁 2025. 6. 28. 10:59

 

 

 

어쨌든 집을 잘못 찾아들어 온 재 넘어 남의 동네 소, 아침보다 두 마리가 늘어나 있었다. 신자 집 암내 낸 소는 남의 수소를 둥치고 시치미를 딱 잡아뗐으나,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또 다른 암내 난 소는 집집마다 사립짝을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쫓겨나 낯선 골목을 실없이 왔다리 갔다리 했다.

 

자고 있는데 집 밖 골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로 봐서 재 넘어 사람이다. 횃불이 도깨비불처럼 골목마다 둥둥 떠다닌다. 앞집에서 새어 나온 호롱불이 마당을 가로질러 건너온다.

 

어디 사람인데 남의 동네를 오밤중에 휘젓고 다니오.”

 

산사람은 아니니임자 없는 소 못 봤소?”

 

세상천지에 임자 없는 소가 어디 있소, 임자 없는 여편네는 있다지만.”

 

겁이 덜컹 났다. 그 사이 뒷집 이성만 할배가 사립문을 꽝 닫는다.

 

보소, 소가 어미재 넘어 황매산 중 집 싸이로에 빠진 것 아니요? 아무래도 그 소 잡아묵는다는 시님한테 가얄 길을 잘못 든 것 같소만.”

 

개울 건넛집 마당에서 날아온, 딴 곳에 가 알아보라는 말이 골목 횃불을 잠시 잦아들게 하는 듯하다.

 

날이 새고 하늘이 열려야 임을 보든 뽕을 따든 할 게 아니요. 캄캄한 오밤중에 소 디풀 일 있겠소. 이창중, 황고환, 문고리, 성십자, 안철선, 이영박, 윤돌열어디 동네에 상내 낸 놈들이 한둘이어야지.”

 

부산한 골목과 달리, 신자네 집은 조용하다. 방문 창호지에 붙은 사람 그림자가 얼렁거린다. 어른들이 고개 넘어 동네, 더터로 마실을 갔는지 알 수 없다.

 

소도둑인지 씨도둑인지는 모르지만 여긴 도둑이 천지 삐깔로… 남의 소 어서 내놔라!”

 

자칫하면 동네끼리 패싸움이 날 수도 있을법한 험악한 말들이 나돈다. 싸움이 나면 왜놈 순사 끄텅머리 조선 순사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순사 온데이!”

 

한마디에 악을 쓰며 울던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칠 만큼 순사는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쥔 불사신이다. “울면, 순사가 와 잡아간다.”라는.” 말에 짖던 강아지도 입을 꾹 다물었다. 한데, 동네 젊은 형들이 재 넘어 사람들 하는 말을 고깝게 듣고 불쑥 불쏘시개에 불을 지필 것 같다. 안산 밑에 멀찌감치 있던 야소교 예배당이 동네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 터를 잡았지만, 병자년 수해와 빨치산 토벌군이 동네를 깡그리 불태운 청야작전이 일본 놈 순사보다 무서웠던 동네는 밟으면 미끄러지는 소똥폭탄을 설치해 둔 듯 언제든 건들면 쾅 터져 발라당 나 뒤집 어질 것만 같다. 무엇보다 며칠 전 아침부터 큰 싸움을 지켜본 뒤끝이라 걱정이 점점 자라 태산 같다. 싸움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었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 새끼 딸린 짐승을 잡아.”

 

어른들의 무차별 융단폭격이 시작됐고, 동네 개와 아이들이 풍비박산 났었다.

 

그러니까 여름방학을 한 둘째 날, 형들이 소를 산에 내면서 동네 개들을 끄집고 노루사냥을 나섰다가 일이 벌어졌다. 노루를 쫓는 개가 논들을 개판으로 만들어 고래고래 싸움이 나 사나흘 넘게 온 동네가 떠나갈 듯했다. “애 키우는 집은 모진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동네법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양심도 없고, 동네 대대로 내려오는 법도 모리는 짐승보다 못한 놈들.”

 

나는 늘 봐온 염소와 달리 양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양심이 없다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팽팽한 돼지 오줌보 같은 욕심을 내는 엉덩이에 뿔난 소들은 알지만, 물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도 몰랐다. 산골 사는 사람은 양심에 따르고, 도회지 사람은 법을 먹고 산다는 말도 모른 채 나는 논두렁이 사시사철 돌아가는 이치를 눈치 끝 살폈다. 산마루에서 빈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풀밭 소들의 여차여차한 눈치를 늘 봤다. 높은 곳에서 풀을 뜯는 덩치 큰 소는 눈에 보이면 뭐든 법을 앞세워 핥았고, 양심에 따라 풀을 찾는 소는 덩치 큰 소가 치받아 들이미는 고무줄 법에 이리저리 쫓아다니다 풀을 뜯지 못하고 하나같이 말라깽이였다.

 

그 양심과 대대로 내려온 동네법에 따라 어린 아들과 개를 둔 집이 다 같이 모여 울력으로, 쫓는 개와 쫓기는 노루가 함께 뒹굴어 난장판 친 논에 모를 다시 심고 논두렁을 손질하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양심과 법에 따라 장딴지가 알이 배게 논두렁을 탄 그 사달은 어미 노루가 봄에 낳은 새끼 둘을 데리고 이른 아침 산자락 콩밭에 내려와 콩잎을 몰래 따먹다 사냥 나선 개에게 들키면서 시작됐다. 한 마리 개에게 쫓긴 새끼가 함께 달아나던 어미를 놓치고, 그만 모를 낸 논에 들어가 숨자 산을 오르던 다른 개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뒤따라 논에 뛰어들고 말았다. 개 눈에는 똥, 노루 엉덩이밖에 보지 못한 개들이 노루 새끼를 서로 차지하려 무논에서 경쟁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아이들은 논두렁을 타며 애타게 소리 질러봤지만, 개와 노루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멈추지 않았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어미 노루가 산으로 줄행랑을 치다 뒤따르지 못하는 새끼를 찾아 다시 콩밭으로 내려와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논에서 개에게 쫓기는 새끼를 발견하고 논으로 껑충 뛰어들었다. 논에 뛰어든 어미 노루를 본 검사보 아들 집 개가 보라는 듯 노루 뒷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초상집 마당에 덕석을 펴자 지나가던 거지가 춤판을 벌이듯 새끼노루에게 달려들던 개들이 컹컹~ 멍멍~ 노래까지 부르며 방향을 틀어 어미 노루의 허벅지, 어떤 놈은 목덜미를 물었다.

 

끝내 노루 셋, 모두 무논에 머리를 처박았고 주둥이가 검붉은 개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논에서 어슬렁어슬렁 나왔다. 논은 개판이 됐지만, 개들은 큰일을 해냈다는 듯 혓바닥을 늘어뜨려 날름거리며 입에 묻은 피를 훔쳤다. 늘 닥치는 대로 남몰래 양 끝 훔쳐 먹은 뒤에 반드시 입술을 핥아 흔적을 지우는 좀 모질은 멍박이 아재 같았다.

 

인과응보, 그날 이후 동네 개는 모조리 여름 내내 새끼줄에 묶여 삽짝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또 해마다 여름이 되면 집집이 돌아가며 사나흘마다 소먹이는 아이들 간식으로 나눠주던 올기심리도 사라졌다. 한 줌씩 나눠 받은 볶은 밀을 오지랖에 싸 산길을 오르며 남은 밀알을 세어가며 아껴먹고, 밀과 함께 섞어 복은 검은콩을 고르다 오지랖을 탈싹 엎어버려 땅에 떨어진 밀과 콩을 주워 먹었던 아이들 입이 말복 날 개 혓바닥같이 나왔다. 뒷논의 높은 논두렁에 햇볕이 잘 들지 않은 논 구석에 찬물이 껴 제대로 여물지 못한 벼를 찐 올기쌀을 나눠주던 올기심리 마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동네도 점차 오로지 법대로 살아야 했다. 양심은 개에게 던져버리고, 법을 알아야 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

 

 

💬 간단한 비평:

  • 주제: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욕망, 그리고 공동체의 해체를 양심 vs 법이라는 대조로 그려내며 현대 사회의 윤리 부재를 날카롭게 풍자함.
  • 문체: 구어체와 구비문학적 리듬을 잘 살리며, 풍자적이고 생동감 있는 장면 묘사가 탁월함.
  • 기법: ‘동네법’, ‘울력’, ‘소똥’, ‘노루’, ‘개’ 같은 자연과 농촌의 상징들을 통해 사회적 윤리를 은유.
  • 보완점: 인물 이름과 상황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잠시 호흡을 조절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구성이 필요함. 이 또한 작품의 의도된 ‘혼란’이라면 유지해도 무방함.

제안 제목:

  • 짐승보다 못한 놈들
  • 개가 먼저 알아보는 법
  • 울력과 노루, 그리고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