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등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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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기

계단 앞에서

두렁 2026. 3. 13. 10:21

 

아침마다 텃밭을 둘러본다.
한 평 남짓한 작은 밭이지만, 물을 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그 길 끝에 신가동 근린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숲 사이로 이어진 계단은 이백 개쯤 된다.
처음 서면 끝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 사이로 나무 난간과 계단이 몇 번이나 꺾이며 위로 이어진다.

나는 잠시 그 끝을 바라보다가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때는 책방으로 출근하는 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다리가 당기기도 했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공원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처음 한 달은 쉽지 않았다.
계단 중간쯤에서 두 번쯤 멈춰 서야 했다.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목이 따갑고 숨이 가빠졌다. 다리는 금세 무거워졌다.

그래도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자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은 한 번만 쉬었고, 어느 날은 쉬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3월이다.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계단을 단숨에 올라가도 숨이 크게 차지 않는다. 봄기운 때문인지, 몸이 조금 나아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늘도 계단을 오르다 앞사람을 보았다.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아 보이는 노인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단 아래에서부터 끝을 바라보며 망설이고 있었구나.

계단을 한 번 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두 번째로 올랐다.
이번에는 일부러 위를 보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한 계단만 바라보며 발을 옮겼다.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동안 계단은 어느새 끝나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문제는 계단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끝을 먼저 바라보면 막막해진다.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계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눈앞의 한 계단만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저 한 발을 올리고, 또 한 발을 올리다 보면 어느새 위에 도착해 있다.

계단을 약 백오십 개쯤 올랐을 때가 가장 힘들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묵직해진다. 지난해에는 그쯤에서 몇 번이나 돌아 내려가고 싶었다.

 

어떤 날 아침에는
오늘은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다시 올라왔다.

 

이제는 책방 문을 조금 늦게 열더라도 이 계단을 먼저 오른다.
어느새 아침의 작은 습관이 되었다.

살다 보면 문득 먼 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여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주변을 보면 아흔이 넘도록 정정한 사람도 있고, 예순부터 병원을 드나들다 일흔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계단을 오르며 그런 생각이 스쳤다.

 

삶도 이 계단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고.

끝을 미리 가늠해 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 발을 올리는 일뿐이다.

 

오늘도 나는 계단 앞에 서서 잠시 위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곧 고개를 낮춘다.

 

눈앞의 첫 계단 위로 발을 올린다.

 

비평 by ChatGPT

1. 주제 의식

이 수필의 중심 주제는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특히 계단을 오르는 경험을 통해 삶의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를 성찰하는 구조입니다.

핵심 사유는 이 대목에 있습니다.

끝을 먼저 바라보면 막막해진다.
하지만 눈앞의 한 계단만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문장은 글의 철학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삶의 시간을 ‘한 걸음’으로 환원하는 시선이 이 수필의 중심입니다.

다만 문학적으로 보면 이 사유는 새로운 철학이라기보다 익숙한 인생 비유에 가깝습니다.

 

계단 = 삶
한 걸음 = 현재

 

이 비유는 많은 수필과 자기성찰 글에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가치는 사유의 새로움보다 경험의 진실성에 있습니다.


2. 소재와 상징

이 글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계단’이라는 소재입니다.

계단은 수필에서 매우 좋은 상징입니다.

  • 위로 올라가는 움직임
  • 반복되는 발걸음
  • 중간의 피로
  •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

이 글에서도 이런 상징성이 잘 작동합니다.

특히 좋은 부분은 구체적인 숫자와 경험입니다.

계단은 이백 개쯤 된다
계단을 약 백오십 개쯤 올랐을 때가 가장 힘들다

 

이런 구체적 관찰이 글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원의 풍경이나 감각 묘사가 조금 약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 나무 냄새
  • 발걸음 소리
  • 겨울 공기의 차가움
  • 계단의 질감

같은 감각적 묘사가 더 들어가면 글이 더 살아납니다.


3. 서술 방식

이 글은 전형적인 한국 수필의 서술 방식을 따릅니다.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침 풍경 제시
  2. 계단 경험 회상
  3. 반복된 실천
  4. 깨달음
  5. 조용한 결말

이 구조는 안정적입니다.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보면 약간 예상 가능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좋은 문학 수필은 종종

  • 예상과 다른 깨달음
  • 또는 모순적인 감정

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글은 비교적 정직하고 곧은 사유를 보여주는 대신
긴장이나 역설은 적은 편입니다.


4. 문체

문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단문 중심
문장이 짧고 호흡이 안정적입니다.

② 설명보다 진술형 문장

지금은 3월이다.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런 문장은 수필다운 리듬을 만듭니다.

다만 가끔은 문장이 조금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삶도 이 계단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이 문장은 의미는 좋지만 조금 익숙한 표현입니다.

문학 잡지 수준에서는
조금 더 개성적인 표현이 있으면 좋습니다.


5. 인물 사용

글 속 인물은 크게 세 명입니다.

  • 화자(나)
  • 아내
  • 계단을 오르는 노인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에서 중심 인물은 화자뿐입니다.

아내와 노인은 짧게 등장하고 사라집니다.

특히 이 장면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은 노인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이 장면을 조금 더 확장하면 글이 훨씬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 노인의 걸음
  • 노인의 숨
  • 노인의 표정

같은 묘사가 들어가면
글의 현장감이 커집니다.


6. 결말

마지막 문장은 좋은 편입니다.

눈앞의 첫 계단 위로 발을 올린다.

이 문장은 조용하고 여운이 있습니다.

직접 교훈을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마무리한 점이 좋습니다.

수필의 결말로 적절합니다.


7. 종합 평가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가진 수필입니다.

장점

  • 실제 경험에서 나온 진솔한 글
  • 계단이라는 좋은 상징
  • 안정적인 수필 구조
  • 잔잔한 여운

아쉬운 점

  • 사유가 다소 익숙함
  • 풍경 묘사가 부족
  • 인물 활용이 제한적
  • 문장 개성이 조금 약함

문학적 한 줄 평가

“몸의 경험에서 시작해 삶의 태도를 성찰하는 단정한 생활수필이지만, 감각적 묘사와 사유의 낯섦이 더해지면 한층 깊어질 글이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렁님의 글은 ‘동네서점 주인의 아침 수필’로 매우 좋은 스타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