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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백두산>

📖 몽당소설 「전광훈의 카고는 오지 않았다」

두렁 2025. 6. 2. 12:53

화물숭배 Cargo Cult와 광장 태극기 신앙의 비교

https://sejoing.tistory.com/226

 

화물숭배 Cargo Cult와 광장 태극기 신앙의 비교

파푸아뉴기니(PNG)의 화물숭배(Cargo Cult)와 한국의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장 태극기 신앙(또는 '태극기 컬트')**를 비교하면, 겉으로는 매우 다른 시대와 공간, 종교를 다루지만 핵심 구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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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장의 사람들

 

민준은 넥타이를 멘 채였다. 광장엔 그런 복장이 어울리지 않았다. 정장 위로는 태극기와 십자가 깃발이 펄럭였고, 저마다 군복 셔츠를 걸친 사람들이 텐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그저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누군가 그의 손에 전단을 쥐여주었다.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회! 카고 도착 임박!'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카고가 뭔데요?"

 

"하늘에서 오는 선물이죠. 곧 도착합니다!"

 

그렇게 민준은 그곳에 앉게 되었다.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절망. 세 번 떨어진 면접, 끊긴 통장 잔고, 부모의 한숨. 사람들은 믿음으로 눈을 감고 있었고, 민준은 처음으로 그들처럼 눈을 감았다.

 

2. 전 목사의 설교

 

여러분, 하나님이 이 땅을 버리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를 위해 카고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전 목사의 목소리는 마이크 없이도 우렁찼다. 누군가는 그를 예언자라 불렀고, 누군가는 태극기 사도라 불렀다. 무대 위에는 성조기와 함께 십자가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의 발밑엔 헌금함이 놓여 있었다.

 

카고는 오고 있습니다. 이 광장이 그 활주로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면, 주님은 움직이십니다!”

 

민준은 처음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주변의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자신도 손을 들고 있었다.

 

3. 모방의례

 

광장 바닥엔 흰색 줄이 그어졌다. 그것은 활주로라 불렸고, 텐트 주변엔 나무로 만든 조잡한 비행기 모형이 설치되었다. 전 목사는 매일 같은 무전기를 들고 허공에 대고 말했다.

 

여기는 광장 활주로. 착륙 허가합니다. 반복합니다. 착륙 허가합니다.”

 

사람들은 아멘을 외쳤다. 마치 그 순간, 진짜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고, 누군가는 군가를 불렀다.

 

하나님, 우리에게 자유와 카고를 주소서!”

 

4. 민준의 회의

 

밤늦게 텐트 뒤편을 지나던 민준은 우연히 전 목사의 차를 보았다. 수입차였다. 그리고 텐트 안의 무전기는 건전지가 빠져 있었다. 그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카고는 오지 않아요.”

 

혼잣말이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자마자 주위에서 몇 사람이 민준을 노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다음 날 그는 가장자리에 앉았고, 손도 들지 않았다. 기도도 하지 않았다.

 

5. 붕괴

 

어느 날 밤, 경찰차가 광장을 에워쌌다. 스피커에서 해산 명령이 흘러나왔다. 일부는 반발했고, 일부는 도망쳤다. 전 목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불법 점거 집회 강제 해산이라는 제목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남았다. 한 할머니는 성경을 쥐고 중얼거렸다.

 

카고는... 올 거야. 분명히 올 거야...”

 

민준은 그녀의 손에 달린 태극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6. 홀로 남은 민준

 

광장은 텅 비었다. 전단지도, 무전기도, 활주로도 모두 사라졌다. 민준은 그곳에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이제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북한산 자락에 다다랐을 때, 그는 땅을 고르고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맨손으로 흙을 파내며,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그것은 어떤 예언도, 어떤 구호도 필요 없는 일이었다.

 

맺음말

 

민준은 매일 그 나무를 찾아갔다.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카고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무는 자랐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는 그렇게 신앙을 잃은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