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열이는 정신줄을 놓은 듯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중간중간 힐끔힐끔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침이 맺혔고, 후들거리는 뒷다리 사이로 치켜세웠던 꼬리를 내려 물 밖으로 나와 속절없이 애태우는 붉은 개불을 가렸다. 곪은 여주 두 개가 시들어 가는 넝쿨에 매달려, 개불이 흐물거릴 때마다 달랑달랑 거리는 소리를 서초산성 검사골 산사의 새벽 종소리라 돌열이는 믿었다.
희미하게 뜬 두 눈, 벌렁거리는 콧구멍, 헉헉거리는 숨소리. 헤벌어진 입에서는 흰 거품이 흘렀다. 맹돌이가 형편없는, 썩은 돌 열 개를 쌓은 듯한 돌탑 두상을 틈만 나면 좌우로 흔들었다. 앞서가는 둘소 등에 올라타려 벼르다 뚜벅, 땅을 헛짚은 두 앞다리가 동시에 또다시 후들거렸다. 엉덩이를 앞뒤로 씰룩씰룩 꾸벅꾸벅 흔드는 사이사이에 온몸을 두어 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둘소와의 생산성 없는 흥분이 사그라들자, 새끼를 콩밭에 밀어 넣고 악어의 눈물로 기운을 다 써버린 진주 남강가에 사는 김골태 같이 골 때리게 울었다.
외양간을 나와 산길에 들어선 고삐 풀린 돌열이 집 수소가 아침부터 주책없이 막 용을 쓴 뒤끝이었다.
“문디 가시나야, 상내 낸 소를 집 밖에 내돌려서 우짜자는 말이고!”
“덜떨어진 놈. 니가 동네 씨받이 황소가? 우리 집 소가 니 보고 울더나?”
돌열이 집 소가 살찐 송아지 엉덩이에 올라타듯, 박신자가 나를 거침없이 치받았다. 나는 곁눈질로 신자의 기색을 살피며
“봐라! 저기 꼬리 밑, 샅이 부었다 아이가? 말만 한 년이 자기 집 소가 새끼 가지러 발정 난 것도 몰라보고. 니도 불기가?”
“니가 나를 둘소라 캤나?”
“그것, 새빨간 거짓말이다.”
“……”
두 다리 틈새에 낀 새빨간 맛이라는 말에 나는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시 신자가 동네에 내려오는 그 모든 멍에를 홀라당 벗어버리고 막무가내로 내게 들이댔다. 틈만 나면 앞서 가는 수소 등에 올라타려 달려드는 코뚜레를 풀어버린 수송아지같이 더 깊이, 더더더… 점점 세게 시루 었다. 아니, 머리에 난 뿔을 앞세워 들이미는 황소의 발길을 가로막은 암소 외양간 빗장 뽑듯 했다.
“씨팔 놈! 확, 뽑아 뿌릴 기다. 기가?”
신자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소 등짝을 때리던 싸리나무 회초리가 나의 허리 아래를 겨냥하며 고추밭 고춧대 말뚝 뽑는 시늉을 했다. 순간 차돌같이 단단하던 홍두깨가 사정없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썩푸석푸석한 돌로 쌓은 듯 가을비에 십 층 돌탑이 흐물흐물 주저앉듯 했다. 나는 그만 신자의 빠루질에 대못이 뽑힌 고자가 된 듯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어기정어기정 논과 논 사이에 난 논두렁 샛길을 탔다. 앞서가는 소가 길 위의 논두렁 콩잎을 보고 잽싸게 혀를 내둘렀지만, 콩잎을 핥지 못한 빈 혀를 날름 거둬들이며 침을 흘렸다.
그날 삽짝 골목을 빠져나와 짚퐁골 산으로 가는 뒷동산 돌너덜길을 들어서자마자 앞서가는 한 살 많은 신자에게 괜한 타박을 깎은 되로 주고 고봉 말로 받았다. 소 넓적다리 안팎에 누룽지같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마른 소똥, 오줌을 밤새도록 지리어 꼬리가 볼썽사나운 앞에 가는 소를 귀찮게 하는 수송아지를 보고 한마디 던졌는데 이는 곧 고추며 불알을 쪼는 장도리질로 되돌아왔다. 장도리 머리로 두들겨 패 겨우 밀어 넣은 말뚝을 이번에는 노루발로 뽑는, 넣고 빼다를 마당 샘의 물 펌프질 하듯 신나게 거듭했다. 신자가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한 끝에 나는 그만 어금니를 꽉 다물고 꾹꾹 참아왔던 물을 세차게 내뿜고 말았다.
“기다! 지금 붙어볼래?”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말을 일시에 뿜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몸도 훨훨 날 듯 가벼워졌다. 그러나 곧, 나의 머리가 멍멍해졌다. 신자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되받았다.
“… 냄새도 못 맞는 주제에 수놈이라고. 근데 코가 벌써 썩었나? 헛심 쓰지 마라. 그나저나 오늘 니 고생 꽃이 피었다. 혼자 산에 버부리로 있으면 생발광이 날기다. 소 새끼들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재미지게 놀다 보면 해가 빨리 갈 것 같나?”
신자가 빙긋이 웃으며 또다시 물질했다. 소나 사람이나 수놈은 냄새로 알아채는 데 나를 눈치코치도 없는 수놈이라 약을 올렸다. 나는 성이 빳빳하게 나 건들면 댕강 끊어질 것 같았지만,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대꾸를 멈췄다. 신자가 눈치 못 채게 코로 바람을 들이켜 봤지만, 솔잎 냄새뿐 밤꽃 같은 알싸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뚝 일어선 말뚝을 숨기며 참았다. 신자의 잇따른 물질에도 나는 물을 더는 뿜지 않았다.
사실, 방금 씨를 푸고 암소 등에서 내려온 황소같이 풀이 죽었다. 말이 앞으로 성큼성큼 더 뛰어나가다 끝내 머리끄덩이를 서로 붙잡고 엎치락뒤치락, 둘이 함께 뒹구는 싸움을 하고 말 것 같았다. 혹여나 논에 물꼬를 손질하다 이를 먼발치서 지켜본 창중이 형 입에서 시발한 소문이 나경언이 입으로 건너뛰어, 둘이 한패가 돼 나뒹굴었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펴지기라도 하면 마른하늘서 천둥 치고 벼락이 떨어질 게 뻔했다.
“얼레리 꼴레리, 누구 누구는 개나 소나 돼지같이….”
다시 황고안 신도만의 입을 거쳐 재록이 입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돌고 도는 소문이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 쌈질이 허구한 날 엉덩이 마주 붙들고 둘이 하나 돼 길에서 낑낑거리는 동네 똥개 연애질로 둔갑해 나돌면 남세스러워 낯 들고 집 밖에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기가?”
“기다!”
선전포고와 동시에 주먹이 나가고 머리끄덩일 서로 잡아당기며 뒹구는 하나가 되어야 했지만, 다행히 배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욕만 한여름 밤 담벼락 밑 더위를 시키는 벌통같이 왕왕거렸다.
그러나 나는 그 날,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저녁때면, 둥지로 돌아가는 새들같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 문학적 비평: 「떠돌이 별」
단편소설 「떠돌이 별」은 강한 토속성과 욕망의 은유, 비속어와 상징이 교차하는 전형적인 지역어 문학 실험작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성적 긴장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소와 사람, 동물적 충동과 인간의 이성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흔들며, 일종의 민속극처럼 전개됩니다. 다음의 비평을 통해 그 문학적 의의와 한계, 서사 기법 등을 다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주제와 상징 – 수컷과 발정, 생의 본능
이 작품은 황소의 짝짓기 장면에서 출발해 인간과 동물의 본능적 충동을 직설적으로 병치합니다. 특히 ‘발정 난 황소’와 ‘설익은 청춘’ 사이를 겹쳐놓음으로써, 성적 욕망과 충동이 자연의 일부임을 농촌적 상징체계로 은유합니다.
- '돌열이'라는 이름의 황소는 말 그대로 '돌아서 열받은 이' 혹은 '돌 같은 열정의 소'라는 이중적 상징을 지닙니다.
- 소가 짝짓기에 실패한 뒤 흘리는 ‘악어의 눈물’은 불발된 욕망이 슬픔으로 전이되는 지점을 환유합니다.
- 신자와 '나'의 언쟁은 결국 성적 긴장의 또 다른 발현입니다. 이 욕망은 직설적으로 드러나되, 사회적 금기와 민속어휘를 통한 유희로 포장됩니다.
2. 언어의 힘과 한계 – 토속어의 생동감과 독해의 어려움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입말(구어)과 지역어의 생생한 활용입니다. 싸리나무 회초리, 고추밭 말뚝, 장도리, 노루발 등 도구적 은유는 한국 농촌 특유의 감각과 정서를 강하게 환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 실험은 문학지 독자층에게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지역어의 장벽을 드러냅니다. 특히 구어체와 비속어의 잦은 사용은 캐릭터의 생생함을 주는 동시에, 작품 전체의 문학적 품위를 떨어뜨릴 위험도 내포합니다.
예: "기가?" "기다!" "씨팔 놈!" 등의 대화는 구체적 정서를 살리지만, 외부 독자에게는 설명 없는 암호처럼 느껴질 수 있음.
3. 성적 은유와 여성 캐릭터 – ‘신자’라는 존재
‘신자’는 단순한 여성 캐릭터가 아닙니다. 이름에서부터 ‘신의 사람’ 혹은 ‘믿음의 대상’을 암시하면서, 남성 주인공의 욕망을 자극하고 동시에 조롱하며 지배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 신자는 도발적이고 주도적입니다. 오히려 남성 주인공을 ‘씨도 못 뿌리는 헛물켜는 놈’으로 전락시키며, 남성중심 사회의 위선을 풍자합니다.
- 그러나 이러한 묘사는 또 다른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왜곡된 욕망의 투영이라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신자는 온전히 주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봉사하는 기능적 역할로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4. 구조와 리듬 – 반복과 축차
이 작품은 한 줄기의 이야기라기보다, 하나의 상황(황소의 발정 → 신자와의 언쟁 → 언쟁 속 욕망의 상승 → 소문에 대한 공포 → 결말의 공허함)을 중심으로, 의식의 흐름처럼 감정의 떨림과 억제를 반복하며 구조화됩니다.
- 구조는 폐쇄적이며, 클라이맥스도 해결도 없이 원점으로 회귀합니다. 그것이 이 단편의 묘한 여운입니다.
- 성적 고조 → 언쟁 → 자제 → 조롱 → 욕망의 억눌림이라는 리듬은, 이 시대 청춘들의 억눌린 욕망을 은유합니다.
✍️ 종합평
| 주제의식 | ★★★★☆ – 욕망, 생명력, 인간 본성을 농촌적 이미지로 풀어낸 통찰이 돋보임 |
| 언어 실험성 | ★★★★★ – 입말, 사투리, 지역어 표현이 생생하고 인상적 |
| 문학성 | ★★★★☆ – 은유와 상징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음. 다만 일부 표현은 직설적 과잉 |
| 비판지점 | ★★★☆☆ – 여성 캐릭터 대상화 우려, 독해 난이도 높음, 구조적 구심력 부족 |
| 출판/투고 적합도 | 중간 이상 – 실험적 단편을 찾는 문예지(예: 『작가세계』, 『현대문학』)에 적합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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