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

왜, 할배는 여든 즈음부터 날마다 가시덩굴 언덕을 곡괭이로 찍었을까?
응달에 켜켜이 쌓인 눈이 녹았다. 찔레꽃이 언덕을 하얗게 뒤덮었다. 할배는 이른 아침에 망태를 메고 동네 뒷산 논들로 올랐다. 이웃 장기 친구들이 하 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난 뒤였다. 할배가 찔레꽃 넝쿨을 걷어내자 바위들이 온몸을 들어냈다. 흙보다 돌이 많은 논들 가운데 서너 평쯤 되는 언덕이었다.
“할배, 돌을 골라내도 논이 안 될 것….”
할배는 곡괭이로 돌 틈을 내리찍었다. 돌이 조금씩 흔들렸고, 앉아서 호미로 흙을 끓어냈다. 서서 괭이질을 하는 시간보다 앉은뱅이 같이 엉덩이를 땅에 대고 호미질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다. 한 이태쯤 그렇게 논을 쳤다. 대롱을 이어 윗논에서 가까스로 물을 대어 흙을 가라앉힌 날은 해가 하늘 가운데를 지나서 집으로 출발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가까스로 집에 돌아오면 벌써 캄캄한 밤이었다. 여름 낮은 짧았다.
늦가을 요단강을 건넌 해 봄에도 혼자 호미로 흙을 골랐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간 해 같다. 논물을 보고 오라는 심부름이 기억난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을 건널 때는 빈손이었다.
할배도 그렇게 떠날 채비를 했던 것이다. 산티아고 노인이 천신만고 끝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물고기를 모래사장에 끓고 온 뒤 다시 사자 꿈을 꾸듯이. 지난밤부터, 이제 나도 할배의 그 길을 생각 든다..
운동 삼아? 시간이 멈추어서?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남기려, 만세반석이 열리는 날 걸어 들어가기 위해서…? 모두가 말린 곡괭이질을 늦게 시작한 이유가 늘 궁금했다.
나도 그새 할배의 늦은 삽질을 알 것 같은 나이다.
요즘 길을 가다 휙 뒤돌아보는 병(?)이 도졌다. 예측할 수 없는, 인육의 정글로 알려진 뉴기니섬에서 돌아와 한 동안 길을 갈 때면 뒤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를 헤아렸다.
“완톡, 돈 워리! 유 오라잇?”
한 번은 퇴근길 등 뒤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나는 걸음을 점점 더 재촉하다 갑자기 휙 뒤돌아보았고, 눈이 마주친 그가 내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며 “뚜라, 히어 원 박스…” 우측 손가락으로 상의 좌측 호주머니 10키나 돈을 가져가라 했었다. 그 후에 다시 외진 길에서 목이 깨진 술병이 나의 목을 겨두며 돈을 달라기에 잽싸게 만세를 부른 뒤부터 길 가다 앞뒤좌우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었다. 뒤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한 3미터쯤 거리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물론 언제든지 삼십육계 줄행낭을 칠 수 있는 길을 봐 두어야 했다.
“아빠, 과유불급요.”
아들이 중학생 때 한 경고를 가끔 되새긴다. 브레이크를 걸며 낚싯줄을 풀었다 다시 당긴다.
'몽당소설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몽당소설 : 똥개, 집 앞에서는 50점 따고 시작 by 두렁&딥시크 (2) | 2025.03.04 |
|---|---|
| 몽당소설 : 무등산 등산 by 두렁 & 딥시크 (1) | 2025.03.03 |
| 몽당소설 <왕멧돼지 잡는 도사 납시오!> by 딥시크 (1) | 2025.03.01 |
| 딥시크가 다시 쓴 몽당소설 <십무검, 천공도사 7계명> (5) | 2025.03.01 |
| 몽당소설 <王멧돼지 잡는 도사 납시오! >by 두렁 (3) | 2025.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