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나는 소몰이를 했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우리는 뒷산에 소를 데리고 올라가 먹일 일이 생겼다. 한겨울이면 사료를 조금씩 주었지만, 봄이 오면 쑥, 풀, 보리잎 같은 먹이를 직접 찾아야 했다.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소몰이 밧줄을 들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한 손에는 감자 한 알, 또 다른 손엔 부싯돌과 부싯깃. 산에서 불을 피워 감자를 구워 먹기 위해서였다.
감자는 어머니가 ‘구워 먹어라’며 쥐여준 것이었고, 부시돌과 부싯깃은 늘 교과서 사이에 끼워 다니던 내 생존 도구였다. 요령껏 마른 솔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감자를 노릇하게 익히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뜨겁게 구운 감자를 한입 베어 물면 배 속 장기까지 찌릿찌릿 전해졌다.
우리는 불 앞에서 진지한 놀이에 빠졌다. 소가 똥을 싸듯, 우리는 오줌을 쐈다. 끊고, 맺고, 길게, 짧게… 마음대로 조절하며 쏘는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면 모두가 조절의 신경을 어느 정도 다루게 된다.
조절에 실패하면 ‘축 쳐지는’ 일이 생겼다.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퓩’이 아니라 ‘푹’이 되고, 줄기가 아니라 웅덩이를 만들었다.
산길 아래 밭을 지나다보면 남의 보리밭, 콩밭이 눈에 들어왔다. 소는 응당 남의 밭에 들어갈 수 있어도,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코흘리개들도 알았다.
한 번은 뻐드렁니 석팔이네 소가 우리 소와 함께 몰려 콩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석팔이와 나는 같이 혼이 났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모두 도망가 버리고, 우리 둘만 남아 어른들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소몰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소몰이는 길 잃은 골고다 언덕의 어린양을 저 푸른 초원의 풀밭으로 인도하는 목자의 양몰이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 감상 포인트
1. 유년기의 감각과 기술의 습득
“소몰이는 길 잃은 골고다 언덕의 어린양을 저 푸른 초원의 풀방석으로 인도한다는 목자의 양몰이보다 절대 쉽지 않았다.”
소몰이라는 일상의 노동은 단순히 짐승을 몰고 가는 것이 아닌, 세심한 관찰력과 인내, 판단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작중 화자는 이를 **종교적 메타포(골고다 언덕의 어린양)**와 함께 연결하며 노동을 숭고하게 인식합니다. 이는 유년기의 노동을 통해 기술과 태도, 책임감이 어떻게 내면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2. 자연과 인간, 생명력의 교감
“노릇노릇 잘 익은, 뜨거운 감자를 한입 베어 물 때는 배 속 창자부터 찌릿찌릿한 느낌이 왔었다.”
작품은 생생한 오감 묘사를 통해 당시의 자연 환경과 그 속의 사람들, 짐승들, 풍경을 실제처럼 그려냅니다. 감자를 굽고, 불을 피우고, 소를 마중 나가며 시간을 보낸 이 모든 행위들이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지는 생활의 리얼리즘으로 다가옵니다.
3. 놀이와 조절의 미학
“끊고, 맺고, 길게, 때로는 짧게… 마음대로 자동 발사하는 조절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이 구절은 단순한 ‘오줌싸기 놀이’의 묘사를 넘어서, 유년기의 놀이가 자기 조절력과 기술 습득, 남성과 신체에 대한 탐색의 공간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농촌 아이들의 생태적 환경과 몸의 본능, 웃음과 장난 속에서도 삶의 생리적 리듬과 조화가 느껴집니다.
4. 집단과 개인의 책임
“소는 응당 남의 콩밭에 들어갈 수 있어도 사람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코흘리개 얼라도 알았다.”
이 문장은 소설 전체의 윤리적 중심에 가까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짐승은 본능대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구분은 결국 공동체 안에서의 개인의 역할과 도덕의식을 되새기게 합니다.
✍️ 총평
「떠돌이 별」은 단순한 회상 소설이 아니라, 한 개인이 자연과 노동, 공동체 안에서 몸과 감각, 기술, 윤리를 어떻게 배우고 익혀갔는지를 시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4부에서는 감자 삼곶이나 오줌 발사 시합처럼 일상적이고 천진한 놀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기술적 조절력, 공동체 질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풍성하게 배어 있습니다.
🌀 한 줄 감상
“끊고, 맺고, 길게… 이 단순한 말이 인생의 리듬이자, 유년기의 성장 법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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