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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수필집),『무등산』,『지리산』,『백두산』,『AI창세기』(몽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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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백두산>

🌌 단편소설 「떠돌이 별」 6. 사람이면 가고, 구신이면 나와라!

두렁 2025. 6. 7. 10:20

 

숲 속은 점점 빠르게 어두워졌다.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뭉게구름 아래 산을 따라 내달리는 구름 그림자를 보는 듯, 어둑 발이 몰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하늘은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더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해와 숨바꼭질을 하며, 흔들리는 잎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던 하늘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나뭇잎이 하늘을 덮어버렸다.

 

“아하! 나무에 올라가면… 아까 들어온 길이 보일까?”

 

곧장 날다람쥐처럼 크지 않은 나무 하나에 올랐다. 감나무에서 홍시를 따거나 뽕나무에서 오디를 먹기 위해 올라본 경험이 있어, 나무에 오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는 자취를 감췄지만, 다행히 숲 속보다 밝은 희뿌연 하늘이 보였다. 아주 큰 소나무 왼편 건너편에 거대한 검은 산 그림자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골짝으로 들어온 길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처음 보는 검은 산 뿐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밤하늘과 검은 산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하늘에는 어느새 별이 하나둘, 초롱초롱 빛났다.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니 땅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가 살짝 흔들렸다. 얼른 내려가야 했다. 서두르다 발을 헛디디거나 썩은 가지를 밟으면 떨어질 수 있었다. 두 팔로 나무를 꼭 감싸고 아래 발 디딜 곳을 찾으며 고개를 돌렸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불빛 하나가 깜빡였다. 한참을 바라봤다. 거대한 검은 산 속 깜빡이는 도깨비불은 황소도 삼킨다는 큰 짐승의 눈빛이라지만, 이 불빛은 산을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았다. 도깨비불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 곳에서 깜빡이는 걸로 봐서 호롱불이 틀림없었다.

 

“살았구나!”

 

나는 외쳤다. 어른들도 큰소리로 외치며 두려움을 쫓았다고 했다. 힘이 났다. 팔과 다리로 나무를 감싸 안고 다람쥐처럼 타고 내려왔다. 발이 땅에 닿자 양 무릎 안쪽이 나무와 마찰하며 내려온 자리, 배꼽 아래 고추가 이상야릇하게 짜릿짜릿했다. 고무신을 찾아 신고, 나무 위에서 봤던 불빛 방향을 가늠해 산 중턱을 가로질렀다. 생각이 맞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숲을 겨우 빠져나와 숯가마 터 오솔길에 발을 디딘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깊은 산은 크고 작은 산이 겹겹이 감싸고 있어, 마치 양파껍질 벗기듯 헤쳐 나와야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다행히 밤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총총한 별들이 박혀 있었다. 마치 메밀꽃 핀 밭처럼. 고무신 한쪽이 벗겨졌지만 맨발은 상관없었다. 왜정 시절 제무시 삼판차가 다녔을 듯한 넓은 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돌자, 나무 위에서 봤던 불빛이 그새 더 커져 반짝였다. 다시 봐도 별빛과는 달랐다. 산 중턱쯤의 한 지점에서 가물가물 빛나는, 분명 도깨비불이 아닌 호롱불이었다. 그제야 계곡 물소리가 다시 들렸다. 땀이 구슬처럼 볼기를 타고 흘렀다.

 

나는 호롱불을 향해 길을 걸었다. 길이 끝날 즈음 동네가 나올 것 같았다. 산모퉁이를 돌며 사라졌던 불빛이 다시 보였다. 그리고 개울 옆, 길 아래 움막 같은 돌담집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흙이 비바람에 씻겨 나간 돌담, 별빛 아래 앙상하게 드러났다. 갑자기 짖지도 못하는 멍텅구리 개가 튀어나와 허벅지를 물 것만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집 주변을 살폈다. 소리도, 냄새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타나 내 목덜미를 잡을 것만 같았다. 돌담을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돌담집을 지나칠 수도 없었다. 궁리 끝에 돌을 하나 들어 던졌다. 돌이 땅에 닿기 전, 나는 길가 수풀에 몸을 숨겼다. 소리라곤 돌 구르는 소리뿐이었다. 다시 돌을 던지며 백을 세었다. 개울 건너 산 능선 나뭇가지 사이에서 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총총한 별빛은 어느 달빛보다 밝았다. 나는 달밤보다 별밤이 더 좋았다.

 

외딴집을 앞에 두고 조심조심 걸었다. 병든 손을 감추며 홀로 숨어사는 사람, 혹은 죄를 짓고 눈을 피해 사는 이가 나를 붙잡으면 끝장이었다. 아이의 간을 먹어 병을 고친다는 소문도 들었었다. 산짐승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었다. 큰길도 아닌 깊은 산속 밤에, 그것도 혼자라면… 잡히면 끝이다.

 

‘혹시 빨치산이 마지막까지 숨어 지낸 토굴? 움막?’

 

나는 고양이처럼 느릿느릿, 오두막집을 조심스럽게 벗어났다. 몇 번을 뒤돌아봤다. 뱁새가 개울가에서 두리번거리며 목욕하듯, 나는 주변을 살피며 길 아래 개울로 내려갔다. 소가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콩밭으로 들어가 콩잎을 핥듯, 나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듯 머리를 개울물에 처박았다.

 

그런데 개울에서 길로 올라오는데, 방금 지나온 오두막 옆길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나를 뒤따르는 듯했다. 갑자기 뒤통수가 쭈뼛 섰다. 온 신경이 뒤에 쏠린 채 앞만 보고 걸었다. 산모퉁이를 앞에 두고 확 뒤돌아봤다. 그러자 나를 뒤따르던 시커먼 물체도 놀란 듯 멈춰 섰다. 짐승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나는 다시 뒤돌아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놈은 나를 따라오다 기회를 봐서 순식간에 잡아끌 것 같았다.

 

나는 양손에 주먹만 한 돌을 들고 앞으로 내달렸다. 혹시 뒤에서 덤비면 돌로 사정없이 찍을 작정이었다. 산모퉁이를 돌며 또다시 뒤돌아봤다. 길옆에 시커먼 물체가 놀란 듯 멈춰 서 있었다. 나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목청껏 외쳤다.

 

“귀신이면 가고, 사람이면 나와라!”

 

사람과 귀신, 그 소리가 산에 부딪혀 골짜기로 되울렸다.

 

“사람은 가고고… 구신은 나와라 라라~.”


 

🌲 1. 문학적 강점

시각적·감각적 묘사

글의 첫머리부터 끝까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묘사가 매우 뛰어납니다.

  • 예) “별빛으로 하얀 꽃이 핀 메밀밭 같았다”, “소가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콩밭에 들어가 콩잎을 핥듯”…
    비유와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여, 독자가 실제로 그 어둠 속 숲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심리의 밀도

어린아이(혹은 ‘나’)의 공포, 안도, 의심, 긴장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공포는 점진적으로 고조되고, 극적으로 폭발하지 않으며, 현실과 전설(도깨비불, 귀신 등)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 “아이의 간을 내먹으면 얼굴이 뭉개진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들었었다.”
    → 민담과 전설, 혹은 아이들의 공포심이 실제적 위협으로 섞이는 순간의 생생한 묘사.

소리의 리듬과 회귀

마지막 문장 “사람은 가고고… 구신은 나와라 라라~”는, 처음 제목의 문장(“사람이면 가고, 구신이면 나와라”)의 변주로,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굿판 혹은 주술적 구조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반복과 반향은 산의 메아리처럼 글 전체를 감쌉니다.


🕳️ 2. 문학적 약점

서사적 구심점 부족

이 글은 뛰어난 묘사와 감각의 밀도를 보여주지만, **이야기의 서사적 긴장(도입-전개-클라이맥스-해결)**이 다소 약합니다. ‘왜 이 아이는 산속에 홀로 있었는가?’, ‘도깨비불로 본 그것은 무엇이었는가?’라는 행동의 동기나 서사의 중심 사건이 분명하지 않음으로 인해, 읽고 난 후 인상은 남되, 이야기로서의 구조적 완결성은 약해집니다.

정서의 중복

비슷한 긴장감, 유사한 공포감이 반복되어 정서적으로는 살짝 루프에 갇힌 인상을 줍니다.
예: 나무에서 내려올 때 공포 → 오두막 앞에서 공포 → 개울에서 또 공포 → 뒤따라오는 무언가에 또 공포.
이는 리듬감을 유지하면서도 변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문장 리듬의 불균형

일부 문장은 지나치게 길거나, 접속어 없이 이어지며 독서의 리듬을 방해합니다.
예:

“해와 숨바꼭질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반복했는데,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던 하늘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 이 문장은 정보량이 많아 리듬이 처지고, 감정의 전달이 약화됩니다. 간결한 단문이나 콤마를 활용한 리듬 정비가 필요합니다.


👻 3. 주제적 해석

이 글은 단순한 숲 속에서의 길 잃음이 아닌, 다음과 같은 심층적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 자연 속에서 인간의 무력함: 밤의 숲은 미지의 세계이며,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은 인간의 인식 바깥에 존재합니다.
  • 아이의 통과의례: 공포를 직면하고 지나며, 주체가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는 서사는 성장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 주술적 언어의 힘: “사람이면 가고, 구신이면 나와라”는 말은 단순한 외침이 아닌, 산과 자연, 존재를 구분하는 선언적 힘이 담긴 주술입니다.

🧭 4. 제안 및 수정 가능성

  • 이야기의 ‘왜’에 대한 단서 추가: 왜 아이는 혼자였는가? 그 배경을 암시하거나 단서라도 넣는다면 독자의 몰입은 훨씬 강해질 수 있습니다.
  • ‘구신’의 실체에 대한 은근한 단서: 너무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면 좋겠습니다.
  • 공포의 리듬 조절: 긴장-이완-긴장으로 리듬을 조절하면 몰입감이 더 강화됩니다.

🖋️ 결론

이 글은 “문장의 감각, 감정의 내공, 자연의 밀도”라는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며, 풍부한 묘사와 내면의 진동을 그리는 재능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로서의 내적 동력과 구성 면에서 약간의 방향성과 균형 조정이 필요합니다.

 

“자연의 어둠과 인간의 불안 사이, 존재의 경계를 묻는 문장들” — 이 글은 분명 독특한 빛을 발합니다. 잘 다듬으면 문학적 성취가 매우 높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