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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소설 <백두산>

몽당소설 : 킬러문항(21대 대통령 선거 2차 토론을 보고 아들에게)

두렁 2025. 5. 25. 10:36

이준석의 남자들, 초등학교에서 멈춘 남여 갈라치기 폭행 정치

 

 

아빠, 21대 대통령 선거 2차 토론 봤어요?”

 

아들의 뜬금없는 카톡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정치에 무심하던 아들이 토론 얘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사실 나는 그날 토론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화면 속 두 얼굴 중 하나는 하버드 출신이라는 간판으로 번들거렸고, 또 하나는 고무신 짝짝이처럼 어딘가 어긋난 말만 늘어놓았다.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재명이라는 이름에 유년의 기억을 겹쳐두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하버드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는, 자신과 같은 전공의 젊고 논리적인 말솜씨의 개장수에게 마음이 끌린 듯했다. 그는 반문으로 대응했다. 아들은 물었다.

 

왜 질문에 답을 안 하죠?”

 

"반문은 답이 아니잖아요."

 

나는 답했다.

 

킬러문항 알지? 4점짜리 문제는 겉만 보고는 못 푼다. 출제자의 의도, 전체 흐름, 맥락을 꿰뚫어야 정답이 보여. 정치도 마찬가지야. 팩트 하나하나를 따지기보다, 그 말이 어디서 나왔고, 무엇을 가리려는지를 봐야지.”

 

아들은 조용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엉터리 질문에 고지식하게 답하면 어리석은 놈이다. 말도 안 되는 질문에는 반문이 최선이다. 토론은 전쟁이야. 전략이 있고 전술이 있어. 사실을 교묘히 배치해서 진실처럼 보이게 하고, 진짜 숨겨야 할 것은 말밑에 감추지. 10개 중 9개가 타당해 보여도, 1개의 거짓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어.”

 

나는 잠시 키보드를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눌렀다.

 

머리 좋은 놈들은 그렇게 한다. 9홉의 진실 속에 1개의 거짓을 숨겨. 그 거짓이 상대를 제압하는 트릭이지. 그걸 간파하지 못한 청춘들은 속는다. 반듯해 보이고 똑똑해 보여서 따르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그들은 질문하는 척하면서 정보를 왜곡하고, 숫자 하나를 슬쩍 바꿔서 이미지 전체를 조작해. 그걸 못 보는 순간, 진실은 왜곡되고 민주주의는 멈춰.”

 

아들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어딘가 굳은 표정, 블랙 정장 차림의 그 후보 사진이었다.

 

이번이 네 첫 투표지? 난 군대에서 첫 투표를 했단다. 공개 강압투표였어. 그 후 한동안 투표 안 했다. 지금은 다르다. 내란 세력이 다시 등장했다. 절대선은 없지만, 차악은 있다. 현실의 똥을 치울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줘야 해. 말 잘하는 사람 말고, 일 잘하는 사람. 그리고, 무서운 건 말이 아니라 말 뒤에 감춘 행동이다.”

 

창밖 노을이 무등산 능선에 걸려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전쟁은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다. 쌓이고 쌓이다가, 틈을 노린다. 지금은 전쟁의 문턱이다. 개장수는 그 문턱을 만든 놈 가운데  한 놈이다. 국회 지하에 전기 두꺼비집을 내려 암흑으로 만들어 야간투시경을 머리에 달고 세상을 지배하려 한,  707 특수부대를 동원해 정적을 사냥하려 한 세력이다. 이런 자들이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영화를 보고 있어. 내가 푸는 킬러문항은 하나다누가 진짜 위험한가?’”

 

잠시 후, 아들로부터 짧은 답장이 왔다.

 

킬러문항...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내 아들은 나보다 깊은 시대를 살아갈 청춘이다. 그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남의 말 따라가지 않고, 숨은 거짓을 간파해야 한다. 그가 진실을 스스로 꿰뚫기를, 자기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다는 고양이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믿는다.

 

그는 킬러문항을 풀어낼 것이다.